'앵무새 죽이기'는 퓰리처 수상작인 하퍼 리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로, 알란 J. 파큘라가 제작을, 로버트 멀리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앵무새 죽이기'는 문학 각색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이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영화가 소설의 의도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만 놓고 보면 '앵무새 죽이기'는 인간의 편견에 관한 진지한 문제를 감동적으로 그린 수작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대공황기의 미국 남부 알라바마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아내를 잃고 두 자녀와 함께 사는 마을의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Gregory Peck)와 그의 두 자녀, 젬(Phillip Alford)과 스카웃(Mary Badham)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모든 사건들을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여 주고 있는데, 그래서 영화는 강간과 인종차별의 심각한 사건들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시종 일관 따뜻하고 온화(穩和)하게 전개된다.

아이의 노래 소리와 함께, 상자 속의 장난감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앵무새 죽이기'는 스카웃의 회상으로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앵무새 죽이기'는 스카웃의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영화의 촛점은 백인 여자 마옐라(Collin Wilcox)를 강간한 혐의로 고소된 흑인 남자 톰 로빈슨(Brock Peters)을 변호하는 애티커스에게 맞춰져 있다.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비난과 협박을 받지만 톰 로빈슨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백인들로 구성된 배심원은 톰 로빈슨에게 유죄 평결을 내리고, 이에 좌절한 톰 로빈슨은 도주하다 사고로 죽게 된다. 영화 제목의 흉내지빠귀 - 원제목에서의 "mockingbird"는 앵무새가 아닌, 앵무새와는 전혀 다른 새인 흉내지빠귀이다 - 는 톰 로빈슨과 같은 사람들의 편견과 무관심으로 희생된 사람이나 소외된 사람을 상징하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는 톰 로빈슨 사건을 통해 "인종적" 편견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또 다른 흉내지빠귀인 부 래들리(Robert Duvall)를 등장시켜 좀더 일반적인 "인간적" 편견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한 영화는 주로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지만, 두 사건, 어른을 대표하는 애티커스에 의해 다루어지는 톰 로빈슨 사건과, 아이들에 의해 다루어지는 부 래들리 사건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관과 아이들의 세계관을 대비시키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애티커스의 두 자녀에 대한 남다른 교육방식이다. 자유롭게 키우되 아이들의 잘못은 권위와 명령보다는 설득과 타협으로 타이르고, 말보다는 행동으로서 본보기를 보여 주는 애티커스의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은 영화의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의로운 변호사이자 자상한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역을 완벽하게 연기한 그레고리 펙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애티커스 핀치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2003년에 선정한 "미국 영화 속 영웅과 악당 (AFI's 100 Years...100 Heroes and Villains)에서 영웅 부문 1위에 올라와 있다.

'앵무새 죽이기'에는 명언이라고 해도 될 만한 훌륭한 대사들이 많은데, 특히 애티커스가 그의 자녀에게, 그리고 법정에서 하는 대사는 영화의 명대사이자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고 있다.

"...it was a sin to kill a mockingbird...

Well, I reckon because mockingbirds don't do anything but make music for us to enjoy.

They don't eat people's gardens, don't nest in the corncribs.

They don't do one thing but just sing their hearts out for us."

(...흉내지빠귀를 죽인 건 죄악이었다...

흉내지빠귀는 우리에게 즐거운 음악만을 들려주지.

사람들의 정원을 해치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지.

단지 우리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줄 뿐이지.)

 

"If you just learn a single trick, Scout, you'll get along a lot better with all kinds of folks.

You never really understand a person until you consider things from his point of view."

(스카웃, 한가지 기술만 배운다면, 여러 사람들과 훨씬 더 잘 지낼 수가 있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기 전에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In our courts, all men are created equal."

(우리 법정에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합니다.)

 

애티커스가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갈 때 발코니에 있던 흑인 청중들 모두가 기립해서 애티커스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Miss Jean Louise, stand up. Your father's passin'."

(일어나요, 진 루이스 양. 아버지께서 나가십니다.)

 

테이트 보안관(Frank Overton)은 젬과 스카웃을 구하기 위해 마옐라의 아버지(James Anderson)를 살해한 부 래들리를 법정에 세우게 되면 편견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될 수도 있으니 사건을 묻어두자고 애티커스를 설득한다. 옆에서 테이트 보안관의 말을 들은 스카웃도 테이트 보안관의 의견에 동의한다.

"Well, it would be sort of like shooting a mockingbird, wouldn't it?"

(그건 마치 흉내지빠귀를 쏘는 것과 같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어린 스카웃은 어느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해심을 배운 것이다.

"One time Atticus said you never really knew a man

until you stood in his shoes and walked around in them.

Just standin' on the Radley porch was enough."

(언젠가 애티커스가 그 사람의 신을 신고 걸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알 수 없다고 했었는데,

래들리 댁 현관에 서보니 그 말을 이해할 것 같았다.)

 

스카웃 핀치 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도 오른 메리 바담은 '토요일 밤의 열기 (Saturday Night Fever, 1977)'를 만든 존 바담 감독의 친여동생이다. 또한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젊은 시절의 로버트 듀발을 볼 수 있는데 부 래들리가 바로 그다. 이 영화가 그의 영화 데뷔작이다. 20년 후에 '텐더 머시스 (Tender Mercies, 1983)'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Posted by unforgetta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