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스'는 1977년에 같은 SF 장르의 영화인 '스타 워즈 (Star Wars, 1977)'와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로 서로 멋진 한판 승부를 펼친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각 제작자와 감독으로서 의기 투합해 만든 액션 어드벤처 영화이다.

'레이더스'의 스토리를 창조한 사람은 조지 루카스이다. 그는 자기의 영화 인생을 바꿀 두 개의 영화 스토리를 창조하는데, 하나는 우주에서의 모험을 다룬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고고학자의 모험을 다룬 것이었다.

우주에서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가 먼저 영화화되는데, 바로 자신이 직접 감독까지 한 '스타 워즈'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 워즈'가 성공하자, 한 고고학자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를 영화화할 작업에 착수한다. 조지 루카스는 필립 카우프만과 함께 구상한 이 이야기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의논하게 되고, 결국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레이더스'의 연출을 맡게 된다. 이렇게 하여 조지 루카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결합하여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액션 어드벤처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레이더스'에서 그의 장기인, 카메라와 빛으로 마술을 부린 듯한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주는데, 특히 성궤가 열리는 장면은 그 당시 특수효과의 백미를 보여 준다.

'레이더스'의 탄생에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기여가 물론 컸지만, 인디아나 존스(Harrison Ford)란 캐릭터를 창조한, '레이더스'의 각본을 쓴 로랜스 캐스단과,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한 해리슨 포드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인디아나 존스는 신문사의 기자로 자신을 숨기며 사는 슈퍼맨처럼 평소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고학 교수이지만, 한편으로는 값나가는 보물들과 진귀한 유물들을 찾아 온 세계를 무대로 모험을 즐기는, 때로는 얻어터지기도 하고 도망도 다녀 슈퍼맨과는 달리 확실하게 덜 완벽한, 그리고 문화재를 보호하는 고고학자와, 보물과 유물을 탐내는 문화재 도굴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정말 엉뚱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레이더스'에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중절모와 낡아빠진 가죽 잠바, 그리고 긴 생가죽 채찍을 들고, 모세가 호렙산에서 가져왔다가 깨뜨린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이 보관된 성궤를 독일 나치보다 먼저 차지하기 위해 네팔과 이집트 등을 무대로 종횡 무진으로 활약한다.

'레이더스'에서 가장 기발하고 웃긴 장면이다. 장검을 든 무사가 갖은 폼을 잡고 인디아나 존스를 위협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별것 아니라는 듯 총 한방으로 무사를 쓰러뜨려 버린다. 이 장면은 해리슨 포드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Snakes. Why'd it have to be snakes?"

(뱀이야. 왜 꼭 뱀이여야 하지?)

"Asps. Very dangerous. You go first."

(독사군. 매우 위험하지. 자네가 먼저 가게.)

 

인디아나 존스가 성궤를 실은 트럭에서 독일군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박진감이 넘치는 장면이다. 해리슨 포드는 트럭에 메달려 끌려가는 장면에서 자신이 직접 연기를 하다 갈비뼈에 타박상을 입는 부상도 당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1984년에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을, 1989년에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을 만들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3부작을 완결한다. 그리고 19년이 지난 2008년에 4편인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2008)'을 만드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제는 이러한 장르의 영화에는 감각이 무디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의 이러한 조짐은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 (The Lost World: Jurassic Park, 1997)'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A.I. (Artificial Intelligence: A.I., 2001)',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2002)', '우주 전쟁 (War of the Worlds, 2005)'을 거쳐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는 그 절정을 보여준다. 물론 그는 초기에 이러한 장르의 영화들 - '죠스 (Jaws, 1975)', '미지와의 조우', 'E.T. (E.T.: The Extra-Terrestrial, 1982)' - 에서 보여준 참신함과 기발함으로 영화감독으로서의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장르에 한정되어 있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칼라 퍼플 (The Color Purple, 1985)'이나 '태양의 제국 (Empire of the Sun, 1987)'과 같은 진지한 영화에도 도전을 해 보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다.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1993)'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같은 진지한 영화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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