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 하드'가 나온 지 20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까지도 '다이 하드'만큼 재미있는 액션 영화를 보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일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내 홀리(Bonnie Bedelia)를 보기 위해 로스엔젤레스에 온 뉴욕시 경찰 존 맥클레인(Bruce Willis)은 아내의 사무실이 있는 나카토미 빌딩에 도착한다. 그러나 한스 구루버(Alan Rickman)가 이끄는 테러리스트들이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창인 나카토미 빌딩에 침입, 30명의 인질을 잡고 나카토미 빌딩을 완전히 장악한다. 다행히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빠져나온 존 맥클레인은 나카토미 빌딩에서, 외부와는 철저히 단절된 채 홀로 한스 구루버와 12명의 테러리스트들과 대적하게 된다.

로데릭 토프의 소설 'Nothing Lasts Forever'를 바탕으로 '다이 하드'의 시나리오를 쓴 스티븐 E. 드 소자와 젭 스튜어트는 고립 무원이라는 상황 설정을 통해 최고의 긴장감을 끌어내는 영화의 스토리를 완성한다. 존 맥클레인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폐쇄된 나카토미 빌딩 안에서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나카토미 빌딩으로 달려온 LA 경찰들과 기동대, FBI 요원들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 도움은 커녕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바람에 오히려 존 맥클레인과 인질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있다. 존 맥클레인의 유일한 동료는 유일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무전기 속의 알 파웰 경사(Reginald Veljohnson)와 자신이 들고 있는 베레타 권총뿐이다. 여기에 존 맥클레인과 한스 구루버가 벌이는 치열한 두뇌 싸움은 '다이 하드'를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고품격 스릴러 영화로도 만들어주고 있다. 인질로 잡혀 있는 아내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는 존 맥클레인과 자신의 일에 훼방을 놓으면서 나카토미 빌딩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는 쥐새끼를 잡으려는 한스 구루버의 대결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고 있다.

"Yippee-ki-yay, motherfucker."

(니기미 씨발놈아.)

 

이미 '프레데터 (Predator, 1987)'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의 사투를 스릴 넘치는 화면에 담아내어 액션 영화감독으로서의 연출력을 인정받은 존 맥티어넌 감독은 '다이 하드'에서 액션 영화답지 않은 굉장히 짜임새 있는 화면의 구성과 전개를 보여 주고 있는데, 이러한 화면들을 통해 스티븐 E. 드 소자와 젭 스튜어트에 의해 완성된 영화 스토리의 긴장감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 요즘은 활약이 주춤하지만 '다이 하드' 당시 존 맥티어넌 감독의 액션 영화에서의 연출력은 당대 최고였다. 2년 후에 발표한 '붉은 10월 (The Hunt for Red October, 1990)' 또한 액션 영화로서는 수작이었다.

'다이 하드'는 존 맥티어넌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완성된 짜임새 있는 화면의 구성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스티븐 E. 드 소자와 젭 스튜어트의 뛰어난 시나리오로 완성된 영화의 스토리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한스 구루버 일당의 목적은 나카토미 빌딩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는 6억 4천만 달러 상당의 무기명 채권이었다. FBI 요원의 도움(?)으로 드디어 금고의 문이 열리고, 뜻밖에도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Symphony No. 9 in D minor, Opus 125 "Choral")의 '환희의 송가 (Ode to Joy)'가 배경 음악으로 울려 퍼진다. 이 음악과 영화의 상황이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심어 줬다.

존 맥클레인 역의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 하드' 이전엔 TV 시리즈 '블루문 특급 (Moonlighting, 1985)'으로 잘 알려진 배우였으나, 영화배우로서 스타급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이 하드'의 존 맥클레인 역 이후로 세계적인 대스타급 영화배우로 부상하게 된다.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 하드'에서 급박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매력이 넘치는 존 맥클레인 연기로 관객들에게 긴장감 속에서도 작지 않은 웃음을 던져 주고 있다.

존 맥티어넌 감독은 원래 존 맥클레인 역을 '프레데터'에서 같이 일한 아놀드 슈워제네거에게 주려고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가 없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존 맥클레인 역으로 나왔다면 액션은 더 화려해졌을지는 몰라도 영화의 긴장감과 아기자기한 재미는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다이 하드'의 성공으로 후에 총 세 편의 속편들이 제작되는데, '클리프행어 (Cliffhanger, 1993)'의 레니 할린 감독에 의해 '다이 하드 2 (Die Hard 2, 1990)'가, 존 맥티어넌 감독에 의해 '다이 하드 3 (Die Hard with a Vengeance, 1995)'가, 그리고 최근에 렌 와이즈먼 감독에 의해 '다이 하드 4.0 (Live Free or Die Hard, 2007)'가 만들어진다. 속편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하고 봤었는데, '다이 하드'의 재미를 은근히 바랬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세 편 모두 실망만 안겨줬다. 특히 '다이 하드 3'는 존 맥티어넌 감독이 만든다 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 관객들에게 크나큰 재미를 줬던 '다이 하드'에서의 존 맥클레인과 한스 구루버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 존 맥티어넌 감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다이 하드 3'에서는 존 맥클레인과 사이먼 피터(Jeremy Irons)가 아예 대놓고 퀴즈를 내고 푸는 두뇌 싸움(?)을 펼치는 어설픈 영화의 스토리 전개를 보여 주고 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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