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Alien, 1979)

영화 2012. 6. 17. 23:28

7명의 승무원과 2천만 톤의 광석을 실은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가 지구로 귀환 중이다. 하지만 냉동 수면에서 깬 승무원들은 노스트로모가 진로에서 벗어난 것을 확인한다. 이는 노스트로모의 컴퓨터 "마더"가 이상한 발신음을 포착하고, 노스트로모로 하여금 발신원을 탐사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노스트로모의 승무원들은 발신원을 찾아 미행성에 착륙한다. 탐사를 나간 노스트로모의 함장 달라스(Tom Skerritt)와, 부장 케인(John Hurt), 그리고 항해사 램버트(Veronica Cartwright)는 거대한 외계 우주선을 발견하고, 외계 우주선 내부 깊숙이 들어간 케인은 알처럼 생긴 가죽 같은 물체들을 발견한다. 케인이 물체를 관찰하던 도중 물체에서 갑자기 괴생물체가 튀어나와 케인의 마스크를 녹이고 케인의 얼굴에 달라붙는다.

실신한 케인의 얼굴에 달라붙어 있던 괴생물체는 저절로 떨어져 나가 죽고, 다행히 케인은 다시 깨어난다. 하지만 승무원들이 냉동 수면에 들어가기 전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케인이 발작을 일으키고, 또 다른 괴생물체가 케인의 몸을 뚫고 튀어나온다. 이때부터 죽은 케인을 제외한 노스트로모의 승무원들은 이 괴생물체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에이리언'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공포 영화이다. 노스트로모의 승무원들은 케인의 몸에서 튀어나온 에이리언에 의해 하나씩 끔찍하게 죽어 나간다. 하지만 '에이리언'에서는 살인마가 불쑥불쑥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는 이른바 슬래셔 영화(slasher film)라고 불리는 공포 영화들에서처럼 에이리언이 무작정 나타나 승무원들을 죽이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관객들은 에이리언이 나타나 승무원들을 끔찍하게 죽이는 것보다 에이리언이 나타나기 직전의 상황에 공포를 더 느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의 등장을 최대한 늦추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극도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승무원들은 에이리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승무원들은 자신들 중 하나가 에이리언에게 끔찍한 죽임을 당하고 나서야 에이리언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된다. 에이리언은 사람의 몸에 새끼 에이리언을 잉태시키고, 잉태된 새끼 에이리언은 사람의 몸을 숙주로 하여 자란다. 사람의 몸에서 나온 새끼 에이리언은 허물을 벗고 급속도로 성장한다. 게다가 염산 혈액을 가지고 있어 죽일 수조차 없다. 리플리(Sigourney Weaver)가 회사의 특명을 받고 에이리언을 회사로 가지고 가기 위해 승무원들을 위험에 빠뜨린 과학 담당 사관 애쉬(Ian Holm)에게 에이리언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애쉬가 공포에 떨고 있는 승무원들에게 말한다. "완벽한 생명체. 구조적 완벽함에 필적하는 적개심....양심도 없고, 가책도 없고, 도덕성에 현혹되지도 않지....당신들은 기회가 없어. 참 안됐군."

'에이리언'은 표면적으로는 에이리언이 노스트로모의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는 승무원들을 공격하는 이야기의 영화이지만, 상징적으로는 남성 중심의 폐쇄된 현대 사회 속의 남성들을 공격하는 이야기의 영화이다. 무엇보다도 성과 성적 행동들을 연상시키는 비유적 묘사들을 이용하여 남성들을 공격한다. 케인의 얼굴에 달라붙은 에이리언은 그 형태가 여성의 성기와 비슷하다. 케인의 얼굴에 달라붙고 케인의 몸 속에 새끼 에이리언을 잉태하는 것은 각각 오럴섹스와 임신을 연상시킨다. 또한 케인의 몸에서 튀어나온 에이리언은 거의 남성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다. 입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은 남성의 정액을 상징한다.

'에이리언'은 남성들을 공격하는 이야기를 통해 남성 중심의 자본주의 현대 사회에 경고를 하고 있다. 리플리는 노스트로모에서 함장 달라스와 부장 케인에 이어 서열이 셋째인 준사관의 위치에 있지만 승무원들 사이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기술자인 파커(Yaphet Kotto)와 브렛(Harry Dean Stanton)은 리플리를 우습게 보고, 애쉬는 리플리의 명령을 무시하기까지 한다. 함장 달라스도 리플리의 의견을 무시한다. 여기에 에이리언을 무기화하려는 회사는 애쉬에게만 승무원들이 희생되더라도 에이리언을 회사로 가지고 오라는 특명을 내린다. 애쉬는 특명을 알게 된 리플리를 죽이려 한다. 노스트로모의 승무원들은 자신이 회사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에이리언에게 죽어 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알게 된 리플리는 회사에, 애쉬에, 에이리언에, 그리고 남성 중심의 자본주의 현대 사회에 분노한다.

'에이리언'은 나온 지 벌써 33년이 된 영화이다. SF 영화로서 '에이리언'을 보면 뛰어난 상상력과 상상력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데, 냉동 수면이나 우주선 등은 오늘날 보아도 상상력이 뛰어나지만,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오늘날의 컴퓨터 모니터보다도 더 후져 보인다. 하지만 '에이리언'이 보여주는 영상과 특수효과만큼은 지금 보아도 뛰어나다. '에이리언'은 미술상과 시각효과상의 2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에이리언'의 성공으로 3편의 속편이 만들어지고, 에이리언 시리즈 4부작이 완성된다. 특이하게도 에이리언 시리즈 4편의 연출을 맡은 영화 감독이 다 다르다. '에이리언'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 2 (Aliens, 1986)'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에이리언 3 (Alien 3, 1992)'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에이리언 4 (Alien Resurrection, 1997)'는 장-피에르 쥬네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연출을 맡은 영화 감독이 다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영화의 스타일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Posted by unforgetta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