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영화 보는 것을 참 좋아해서 여가가 생기면 꼭 영화 한 편씩 골라서 본다. 영화를 고를 때도 영화 장르는 잘 가리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이들 영화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월트 디즈니(Walt Disney)사의 '미녀와 야수 (The Beauty and the Beast, 1991)' 이후로는 여가 시간을 애니메이션 영화에 할애하기에는 황금 같은 여가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라따뚜이'는 꼭 한번 보라는 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 보게 되었는데,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이들 영화라는 나의 고정 관념을 깨뜨려 버렸다. '라따뚜이' 덕분에 픽사(Pixar)에서 만든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들 - '토이 스토리 (Toy Story, 1995)',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 2003)',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 2004)' - 도 뒤늦게 보게 되었는데, 내가 본 네 편의 픽사의 작품들 중에서는 '라따뚜이'가 가장 재미있었다.
"...anyone can cook."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어요.)
'라따뚜이'가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혼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미(Patton Oswalt)는 비록 사람들이 경멸하는 쥐의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쥐들과는 달리 요리사가 되고 싶은 꿈과,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우연히 프랑스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에 오게 된 레미는 그곳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링귀니(Lou Romano)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라따뚜이'의 주된 주제는 구스토(Brad Garrett)의 모토인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다", 즉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이다. '라따뚜이'는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주인공으로 주방에서 혐오 대상 1호인 쥐를 선택하여 아무리 비천한 신분을 가졌어도 누구나 꿈을 가질 수 있으며, 그 꿈을 위해 도전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레미는 자신은 비록 사람들이 혐오하는 쥐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영화 자체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면, 비천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레미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라따뚜이'를 어른들의 관점에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보면, '라따뚜이'는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못하는 사회, 특히 신분이 비천하면 처음부터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꿈을 실현시킬 기회는 커녕, 재능을 보여줄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링귀니와 요리 비평가 안톤 이고(Peter O'Toole)는 이러한 사회를 상징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레미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천한 신분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자신이 직접 나서서 보여주지 못하고 링귀니를 통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레미의 재능으로 성공을 한 링귀니는 자신의 성공이 자신의 재능에 의한 것인 양 거만해지고, 이로 인해 하마터면 레미의 재능이 빛을 보지 못할 뻔하기도 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안톤 이고는 구스토의 모토인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다"에 반박하여 요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안톤 이고는 재능은 특별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고작 생쥐인 레미의 재능을 직접 확인한 안톤 이고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뛰어난 재능을 가질 수는 없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라따뚜이'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영화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줄 뿐만이 아니라, 너무나도 예쁘게 그린 그림들을 통해 보는 즐거움까지 주고 있다. 예를 들어 1년동안이나 쥐의 형태와 습성들을 관찰해서 그림으로 옮긴 쥐와 쥐들의 움직임이라든지, 프랑스 파리와 그곳의 유명한 레스토랑들을 직접 답사해서 그림에 담은 이국적인 모습의 프랑스 파리와 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의 모습 등, 애니메이션 영화이긴 하지만 최대한 사실적으로, 동시에 애니메이션 영화이기 때문에 최대한 귀엽고 예쁘게 그려 놓았다.
또한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인 만큼 맛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눈으로 맛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데, 특히 안톤 이고가 어렸을 적 엄마가 직접 요리해 준 라따뚜이의 맛을 회상하면서 레미가 만든 라따뚜이의 맛을 표현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한마디로 '라따뚜이'는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만큼이나, 영화의 이야기나 화면 모두가 정말 맛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라따뚜이'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목소리 더빙을 위해 픽사의 스태프들뿐만이 아니라, 여러 유명 코미디언들과 영화배우들도 참여했는데, 특히 안톤 이고의 목소리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에서 로렌스(Peter O'Toole)를 연기한 그 유명한 피터 오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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