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는 빌리 와일더 감독이 연출과 제작을 맡고, I.A.L. 다이아몬드와 함께 각본까지 쓴 코미디 영화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2000년에 선정한 "웃기는 미국 영화 100 (AFI's 100 Years...100 Laughs)"에서 1위에 올라와 있는 영화이다.

각각 섹스폰과 베이스 연주자인 조(Tony Curtis)와 제리(Jack Lemmon)는 갱들의 밸런타인데이 학살 - 이 사건은 1929년 2월 14일에 시카고 북부 Clark Street에 위치한 차고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갱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조와 제리는 시카고를 빠져나가기 위해 여장을 하고 각각 "조세핀"과 "대프니"란 이름으로 마이애미로 향하는 여성 밴드의 멤버로 들어간다. 밴드의 리드 싱어이자 우쿨렐레 연주자인 슈가(Marilyn Monroe)에게 홀딱 반해버린 "조세핀" 조는 또다시 셸 석유회사(Shell Oil)의 상속자 "주니어"로 위장을 하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한편 "대프니" 제리는 바람둥이 백만장자 오스굿 필딩 3세(Joe E. Brown)로부터 뜨거운 구애를 받는다.

영화 장르 중에서 코미디 영화는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모르면 100% 이해하기가 어렵다. 영화 구석구석에 웃음 폭탄이 숨겨져 있는 '뜨거운 것이 좋아'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슈가를 유혹하기 위하여 "주니어"로 위장한 조는 영화배우 캐리 그랜트의 흉내 - 캐리 그랜트가 출연한 하워드 혹스 감독의 '아이 양육 (Bringing Up Baby, 1938)'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를 내고 있는데, 미국 사람이 아니면 모르고 넘어가기 쉽다. 기차 여자 화장실에서 슈가는 처음 만난 "조세핀" 조와 "대프니" 제리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난 음악 집안 출신이야. 엄마는 피아노 선생님이었고, 아빠는 conductor였어." 조가 슈가에게 묻는다. "아빠가 어디에서 지휘를 하셨니? (Where did he conduct?)" 슈가가 엉뚱한 대답을 한다. ""볼티모어와 오하이오"에서. (On the Baltimore & Ohio.)"

"볼티모어와 오하이오 (Baltimore & Ohio)"는 미국의 철도이다. conductor에는 지휘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차장이라는 의미도 있다. 조와 제리는 슈가가 한 말의 문맥상 슈가의 아빠는 당연히 지휘자라고 이해를 했지만, 정작 슈가는 아빠는 차장이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슈가의 순진함을 의도한 장면이다. 물론 이러한 세세한 것들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기발한 이야기와 상황 설정, 배우들의 웃기는 연기, 그리고 적당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는 '뜨거운 것이 좋아'는 정말 웃기는 영화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작은 글씨들을 읽기 위해 안경을 쓰고, 요트와 전용 철도 차량, 그리고 치약을 가진 돈 많은 남자와의 사랑을 꿈꾸는 슈가는 조가 위장한 "주니어"를 보자 마자 그에게 홀딱 반한다. 오스굿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은 제리는 오스굿과 결혼식을 올린 후 곧바로 이혼을 하고, 오스굿으로부터 위자료를 뜯어낼 생각을 한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풍자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성을 이야기하는 아주 엉큼한 영화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투명 인간이 된다면 제일 먼저 어디에 가보고 싶냐는 질문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여자 목욕탕을 생각하는 남자들의 성적 본능을 자극하는 영화이다. 여장을 하고 여성 밴드에 들어간다는 '뜨거운 것이 좋아'의 이야기 설정부터가 투명 인간이 되어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는 상상 속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이야기에 미국의 대표적인 섹스 심벌인 마릴린 먼로가 나와 남성 관객들의 성적 본능을 폭발시키고 있다.

마릴린 먼로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녀는 미국의 대표적인 섹스 심벌로 사랑 받고 있다.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을 통해 눈부신 금발과, 청순하게 생긴 얼굴, 관능적인 몸매로 남성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는 이전의 영화에서보다는 조금 살이 찐 듯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오히려 풍만한 몸매가 더욱 매력적이다. 기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에 놀라면서 뛰어가는 슈가의 뒷모습을 본 제리가 조에게 말한다. "저걸 봐! 저 여자가 움직이는 것 좀 봐. 용수철 위에 놓인 젤리 같아. 저 여자 몸에는 모터 같은 것들이 내장되어 있는 게 틀림없어. 내가 말했잖아, 여자는 전혀 다른 성이야."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보여주는 마릴린 먼로의 매력은 정말 아찔하다. 'Runnin' Wild'를 부르면서 몸에 내장되어 있는 모터들이 돌아가듯 풍만한 몸을 흔들어대는 장면과, 야한 시스루룩을 입고 야한 조명 아래서 교태를 부리며 'I Wanna Be Loved by You'를 부르는 장면, 그리고 사랑을 떠나보낸 슬픔에 젖어 피아노 위에서 'I'm Thru With Love'를 부르는 장면은 남성 관객들을 아찔하게 만든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그랜드 캐니언에서 추락사 당한 이후로 어떤 여자도 자신을 흥분시키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하는 "주니어"를 흥분시키기 위해 조에게 온몸을 던져 정성스레 키스를 하는 장면은 남성 관객들을 정말 환장하게 만든다.

"조세핀" 조 역의 토니 커티스의 연기도 웃기지만, "대프니" 제리 역의 잭 레몬의 연기는 더 웃긴다. 기차에서 여성 재즈 밴드 멤버들과 수다를 떠는 "대프니" 제리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대프니"가 여장을 한 남자라는 사실조차 잠시 잊게 만든다. 오스굿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은 제리가 마라카스를 흔들면서 기뻐하는 장면은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오스굿과의 결혼으로 경제적으로 든든해진다는 기쁨으로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조차 잊은 듯한 제리에게 조가 말한다. "넌 여자가 아니야. 넌 남자야. 왜 남자가 남자에게 결혼하려고 해?" 제리가 대답한다. "든든하잖아!" 조가 어이없어 하면서 묻는다. "신혼 여행은 어떻게 할 건데?" 남자라는 사실이 곧 들통이 날 거란 의미로 묻는 질문인데 제리의 대답이 엉뚱하기 짝이 없다. "그 이야기도 했어. 그이는 리비에라로 가고 싶어 하는데, 난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고 싶어."

조와 제리가 마이애미에 나타난 스팟츠 콜롬보(George Raft)의 부하들에게 쫓겨 호텔 복도를 달리는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들은 막스 형제(Marx Brothers)의 코미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특히 "대프니" 제리가 자신의 좁은 침대칸에 갑자기 모여든 여성 밴드 멤버들로 당황해 하는 장면은 막스 형제가 출연한 '오페라의 밤 (A Night at the Opera, 1935)'에서의 그 유명한 좁은 선실 장면을 연상시킨다.

조와 제리가 오스굿의 보트를 타고 갱들로부터 도망을 가는 '뜨거운 것이 좋아'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리가 오스굿에게 자신은 남자라고 밝히자 오스굿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웃긴 대사를 날린다.

"Well, nobody's perfect."

(뭐, 완벽한 사람은 없죠.)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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