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사나이 (A Man for All Seasons, 1966)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대표작인 '하이 눈 (High Noon, 1952)',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 1953)', '사계절의 사나이'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과 신념을 굽히지 아니하고 끝까지 지켜 나가는 심지 강한 인물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하이 눈'의 윌 케인(Gary Cooper)은 겁에 질린 마을 사람들의 외면 속에서도 마을의 보안관으로서 마을을 지켜야 하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홀로 악당들과 맞서 싸우고,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프루윗(Montgomery Clift)은 고참들의 온갖 괴롭힘 속에서도 군대의 부정에 홀로 맞서 싸운다. 그리고 '사계절의 사나이'는 원칙과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다가 결국 대역 죄인으로 몰려 처형당한 역사적 실존 인물인 토마스 모어(Thomas More, Paul Scofield)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토마스 모어는 헨리 7세(Henry VII)와 헨리 8세(Henry VIII) 시대 영국의 법률가, 사상가, 정치가이자, '유토피아 (Utopia)'를 저술한 저술가이기도 하다. 한때는 헨리 8세의 친구이자 조력자로서 헨리 8세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대법관직에 오르기도 하였다. 가톨릭교에 대한 두터운 신앙심으로 후에 로마 교회의 성인반열에 올랐다.

작품상을 포함하여,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등 6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사계절의 사나이'는 로버트 볼트의 동명의 희곡이 원작인 영화이다. '사계절의 사나이'의 각본도 로버트 볼트가 썼다.

'사계절의 사나이'는 대법관인 울지(Thomas Wolsey, Orson Welles) 추기경이 토마스 모어를 햄프턴 코트로 불러들여, 교황으로부터 헨리 8세(Robert Shaw)와 캐서린(Catherine of Aragon) 왕비의 이혼 승인을 받아낼 수 있도록 토마스 모어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토마스 모어는 이를 거절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당시 영국 교회는 로마 교회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헨리 8세는 스페인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교황으로부터 관면을 받고 죽은 형 아더(Arthur Tudor)의 미망인인 아라곤의 캐서린과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헨리 8세는 캐서린과의 사이에 왕위를 계승할 아들이 없자 캐서린과 이혼을 하고, 캐서린의 젊은 시녀이자 자신의 정부였던 메리 볼린(Mary Boleyn)의 동생 앤 볼린(Anne Boleyn, Vanessa Redgrave)과 결혼하기 위하여 교황에게 캐서린과의 이혼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한다.

교황으로부터 캐서린과의 이혼과 앤 볼린과의 결혼 승인을 받지 못한 헨리 8세는 울지 추기경에게 그 책임을 물어 울지 추기경을 대법관직에서 쫓아내고 토마스 모어를 대법관직에 앉힌다. 그리고 영국 교회를 로마 교회로부터 독립시키고, 자신이 영국 교회의 수장임을 선언한다. 결국 헨리 8세는 캐서린과 이혼을 하고 앤 볼린을 새 왕비로 맞이한다. 헨리 8세가 영국 교회의 수장임을 선언한 것은 단지 앤 볼린과의 결혼을 승인해 주지 않은 로마 교회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토마스 모어는 대법관직을 사임한다. 토마스 모어는 헨리 8세와 앤 볼린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헨리 8세와 앤 볼린의 소생에게 왕위 계승권을 인정하는 왕위 계승법이 의회를 통과한다. 토마스 모어는 앤 볼린을 성별된 왕비로 인정하고 왕위 계승법에 서약하려 하였으나, 왕위 계승법의 내용이 결국 로마 교회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임을 알고 서약을 거부한다. 이로 인해 토마스 모어는 런던탑에 수감된다.

토마스 모어는 침묵으로 자신을 변호한다. 하지만 토마스 모어의 정적인 토마스 크롬웰(Thomas Cromwell, Leo McKern)은 토마스 모어의 침묵은 곧 영국 교회의 수장인 헨리 8세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몰아가고, 결국 토마스 모어는 대역 죄인으로 몰려 재판장에 서게 된다. 증인으로 재판장에 소환된 토마스 크롬웰의 심복인 웨일스의 법무 장관 리차드 리치(Richard Rich, John Hurt)는 토마스 모어가 영국 교회의 수장인 헨리 8세의 권위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위증을 한다. 토마스 모어는 리차드 리치의 위증을 통렬하게 반박하지만 배심원들은 토마스 모어에게 유죄 평결을 내린다.

정치가가 공적 의무를 위해서 개인의 양심을 저버린다면 국가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믿음으로 원칙과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굽히지 않은 "사계절의 사나이" 토마스 모어는 나는 왕의 충직한 종이지만 그보다는 하느님의 충직한 종으로서 죽는다라는 말을 끝으로 참수형에 처해진다.

연극에서도 토마스 모어와 토마스 크롬웰을 각각 연기한 폴 스코필드와 레오 맥컨은 영화에서도 같은 역으로 출연한다. 폴 스코필드는 토마스 모어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다. 헨리 8세 역의 로버트 쇼와 앨리스 모어(Alice More, Wendy Hiller) 역의 웬디 힐러는 각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둘 다 수상은 하지 못한다. 이외에도 오슨 웰스가 울지 추기경 역으로, 수잔나 요크가 마가렛 모어(Margaret More, Susannah York) 역으로, 존 허트가 리차드 리치 역으로 출연하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앤 볼린 역으로 특별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