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로 시작된 이른바 "아메리칸 뉴 시네마(American New Cinema)" 또는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 시대는 1969년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 해에 뉴 할리우드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걸작들 - 존 슐레진저 감독의 '미드나잇 카우보이', 데니스 호퍼 감독의 '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 (The Wild Bunch, 1969)', 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 - 이 쏟아져 나온다.

뉴 할리우드 영화들은 기존의 영화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폭력과 섹스"에 대한 사실적이고도 대담한 표현과 함께, 기성세대와 현실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의 권위에 반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그래서 뉴 할리우드 영화들의 대부분은 영화의 이야기나 분위기가 굉장히 어둡고 비관적이다.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뉴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뉴 할리우드 영화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밑바닥 인생을 사는 두 젊은이의 관점에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성에 대한 표현이 대담함을 넘어 거의 충격적인데, 개봉 당시에 지금은 포르노 영화에 사용하는 등급인 X 등급을 받았던 영화이다 - 후에 R 등급으로 변경되었다.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데,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X 등급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영화이다.

"I'm walkin' here! I'm walkin' here!"

(내가 걸어가고 있는 거 안 보여?)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두 주인공은 남창과 사기꾼이다 -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미드나잇 카우보이"가 사기꾼, 매춘부, 남창이라는 뜻의 미국 속어이다. 텍사스 촌뜨기 조 벅(Jon Voight)은 자신의 남성적 매력을 부유한 여자들에게 팔아 큰돈을 벌 생각으로 접시 닦는 일을 그만두고 무작정 뉴욕시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냉정하고 각박한 뉴욕시는 조 벅과 같은 순진한 시골 청년이 바라는 대로 되는 그런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조 벅은 펜트하우스에서 사는 캐스(Sylvia Miles)라는 타락해 보이는 여자를 첫번째 손님으로 받지만, 캐스에게 오히려 돈을 뜯기고 만다. 더군다나 바에서 우연히 만난 랏소(Dustin Hoffman)라는 사기꾼에게 사기까지 당하게 되고, 돈이 궁해진 조 벅은 학생으로 보이는 동성애자(Bob Balaban)를 두번째 손님으로 받지만, 이 동성애자 학생은 서비스(?)를 다 받고 나서야 자신에게는 돈 한 푼 없다는 소리만 한다.

다음날 아침, 조 벅은 사기 당한 돈을 되찾기 위해 그렇게 찾아 다녔던 랏소를 또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랏소를 혼 내 주려고 그렇게 별렀던 조 벅은 절름발이에다 폐병 환자인, 그리고 철거 직전의 건물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는 랏소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낀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우정이 싹트고,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같이 지내게 된다.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조 벅과 랏소가 냉정하고 각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정말 처절하게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랏소가 상류층 여자와 상대하기 위해 호텔에 들어가는 조 벅을 지켜보면서 따뜻한 플로리다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꿈꾸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저절로 이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끔 만든다. 이를 통해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냉정하고 각박한, 그리고 타락한 현실 사회를 비판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고독감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게끔 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조 벅을 괴롭히는 할머니 샐리(Ruth White)와 여자 친구 애니(Jennifer Salt) - 애니 역의 제니퍼 솔트는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각색을 맡고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왈도 솔트의 딸이다 - 에 대한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하여 이들을 이렇게 만든 기성세대의 타락과 사회 구조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

우는 캐스를 달래기 위해 돈까지 뜯기고, 사기를 친 랏소를 용서해 주고, 돈이 없다는 동성애자 학생으로부터 시계를 빼앗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마음 여린 조 벅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중년의 동성애자 타우니(Barnard Hughes)를 폭행, 살해까지 하고, 병이 악화된 랏소를 플로리다로 데리고 가기 위해 돈을 빼앗는 범죄를 저지르는 건 그동안 참고 참았던 타락하고 모순으로 가득 찬 사회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조 벅은 랏소를 데리고, 랏소가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따뜻한 플로리다로 가는 버스에 오르지만, 몸을 가눌 수조차 없게 된 랏소는 버스 안에서 서서히 죽어 간다.

냉정하고 각박한 사회 속에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고독감을 잘 표현한 조 벅 역의 존 보이트와 랏소 역의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다. 특히 2년 전 또다른 뉴 할리우드 영화인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 (The Graduate, 1967)'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순진한 청년 벤(Dustin Hoffman)을 연기한 더스틴 호프먼은 '미드나잇 카우보이'에서는 벤과 전혀 다른 캐릭터인 사기꾼 랏소를 훌륭하게 연기해 냄으로서 연기폭이 넓은 배우임을 입증한다. 자신의 첫 영화 출연작인 '미드나잇 카우보이'로 스타 배우가 된 존 보이트는 할리우드의 스캔들 메이커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존 보이트는 9년 뒤에 '귀향 (Coming Home, 1978)'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더스틴 호프먼과 존 보이트는 '미드나잇 카우보이'에서의 뛰어난 연기로 나란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조차 이들 젊은이들에 대한 소외는 계속된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기성세대인 '용기있는 추적 (True Grit, 1969)'의 존 웨인이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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