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는 요즘 트랜스포머(Transformers) 시리즈로 한창 재미를 보고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SF 영화이다. 사실 '아일랜드' 이전의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들 - '나쁜 녀석들 (Bad Boys, 1995)', '더 록 (The Rock, 1996)', '아마겟돈 (Armageddon, 1998)', '진주만 (Pearl Harbor, 2001)', '나쁜 녀석들 II (Bad Boys II, 2003)' - 을 보면, 마이클 베이 감독은 작품성이 있는 영화나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와는 거리가 아주 먼 영화감독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들은 철저하게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오락 액션 영화들이다. 하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은 다른 액션 영화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액션 영화감독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 상황이나, 이야기의 극적인 상황 - 어떨 때는 말도 안되는 정말 만화 같은 상황이긴 하지만 - 을 현란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슬로 모션(slow-motion)으로 처리한 화면에 담아, 상황을 아주 멋있게 표현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동차 추격 장면을 연출하는 솜씨는 현존하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감독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되는데, '아일랜드'에서도 링컨 6-에코(Ewan McGregor)와 조던 2-델타(Scarlett Johansson)가 기차 바퀴를 실은 트럭을 타고 도망가는 영화의 중반부에서 거의 예술에 가까운 자동차 추격 장면을 보여 준다.

'아일랜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들 중에서는 그래도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조금은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또한 '아일랜드'는 영화의 초반부부터 화려한 액션 장면들을 보여 주는 기존의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들과는 영화의 스타일이 조금 다른데, 단순한 오락 액션 영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 영화이다.

'아일랜드'는 가까운 미래에 곧 생길 법한 복제 인간의 실현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윤리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리마 1-알파(Siobhan Flynn)가 아이를 낳은 후 무참하게 살해되고, 장기를 추출당하며 살고 싶다고 절규를 하는 스탁웨더 2-델타(Michael Clarke Duncan)의 충격적인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링컨 6-에코는 자신은 스폰서에게 장기와 신체 부위를 제공하고 무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복제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일랜드'는 영화 전반에 걸쳐 복제 인간은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을 위한 단순한 제품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 이 부분은 레플리컨트(인조 인간)들을 통해 인간성의 형성에 대한 고찰을 하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를 연상시킨다. 자기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이 세상 바깥에는 무엇이 있는지, 링컨 6-에코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이긴 하지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는 호기심과 의문을 가지면서 영화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일랜드'는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가 자신들이 복제 인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들의 세상을 탈출하는 시점까지 관객들 또한 링컨 6-에코와 마찬가지로 링컨 6-에코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이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세상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을 가지게끔 하여 링컨 6-에코와 동질감을 가지게 하고, 복제 인간인 링컨 6-에코를 보다 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게끔 해주고 있다. 또한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가 단지 살기 위해 도망가는 장면이나,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메릭 박사(Sean Bean)가 고용한 알버트 로렌트(Djimon Hounsou)가 자신이 진짜 톰 링컨(Ewan McGregor)이라고 외치는 링컨 6-에코와 톰 링컨을 두고 혼동하는 장면, 그리고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 등으로 보여 주는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는,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복제 인간들을 통해 과연 복제 인간을 단순히 제품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있다.

"My name is Lincoln!"

(내 이름은 링컨이다!)

 

이러한 질문은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가 자신들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들이 탈출한 세상으로 되돌아오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장면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아일랜드'의 음악을 담당한 스티브 자브론스키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보여 주는, 복제 인간들이 자신들의 세상을 탈출하는 '아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역시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현란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슬로 모션으로 처리된 멋진 장면이었다.

'아일랜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답게 화려한 액션 장면들로 가득한 액션 영화이다. 하지만 다른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금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리고 정말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복제 인간과, 벌써부터 논쟁이 되고 있는 윤리 문제를 다루고 있는 '아일랜드'는 단순한 액션 영화는 분명 아니다. 영화에서 링컨 6-에코도 언급을 하지만 인간은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보면 복제 인간은 인간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복제 인간을 다루는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는, 인간마저 제품화하고,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6-에코라는 제품명으로 자신을 부르는 메릭 박사를 향하여 자신 또한 인간이라고 외치는 링컨 6-에코의 대사, "My name is Lincoln!"은 관객들에게 이 문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고 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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