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은 1950년대 중반까지 유행하였으며, 전 세계 영화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제임스 M. 케인의 소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가 원작인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강박관념 (Ossessione, 1943)'이 최초의 네오리얼리즘 영화로 꼽히기는 하지만, 네오리얼리즘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무방비 도시 (Roma, Citta Aperta, 1945)'를 통해서이다. 그리고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은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자전거 도둑'은 1949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가장 탁월한 외국어 영화라는 이유로 아카데미 특별 외국어 영화상 - 참고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부문은 1956년에 제정되었다 - 을 수상했으며,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현실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통해 전쟁으로 인한 파괴, 살상, 빈곤, 실업 등, 전쟁 전후에 이탈리아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현실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위해 스펙터클이나 드라마적 효과를 배제하고, 영화에 출연하는 연기자들도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을 캐스팅하여, 최대한 일상인들의 일상적인 삶에 근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스튜디오에서 벗어난 야외 촬영과, 자연 조명의 사용으로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네오리얼리즘은 전쟁 말기 열악한 영화 제작 환경으로 인한 영화감독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정치적 선전 영화나, 허황된 코미디 또는 멜로 영화를 거부하고 사회적 문제들을 진솔하게 다루기 위해 시작된 문화적 흐름이기도 했다.

'자전거 도둑'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로마에는 실업자들이 넘쳐난다. 안토니오(Lamberto Maggiorani) 역시 오랫동안 실업자로 지내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안토니오에게 자전거를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생긴다. 하지만 안토니오의 자전거는 전당포에 맡겨져 있고, 당장 자전거를 되찾을 방법이 없다. 안토니오의 아내 마리아(Lianella Carell)는 혼수로 가져온 침대보를 전당포에 맡기고 남편으로 하여금 자전거를 되찾게 한다.

안토니오는 아내 덕에 포스터 붙이는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자전거를 벽에 세워 두고 일을 하는 사이 자전거를 도둑맞고 만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안토니오는 어린 아들 브루노(Enzo Staiola)와 함께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기 위해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자전거 도둑'은 안토니오가 어린 아들 브루노와 함께 가족의 생계가 걸린 자전거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통해 전쟁 직후 이탈리아 사회에 만연한 실업과 빈곤,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자전거 도둑'은 실업과 빈곤, 사회적 불평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작위적인 이야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어떠한 주장도 펴지 않는다. 다만 영화를 전개시킬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이야기, 그리고 최대한 일상인들의 삶에 근접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 불평등의 사회적 문제를 부자들과의 계급 투쟁과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레스토랑 장면에서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드러낸다. 자전거를 훔친 도둑(Vittorio Antonucci)과 아는 사이인 듯한 거지 노인(Giulio Chiari)을 쫓다 놓쳐 버린 안토니오는 자전거 찾기를 거의 포기하고 집으로 가기 전에 브루노에게 피자를 사주기 위해 브루노를 비싼 레스토랑에 데리고 간다. "피자 먹고 싶니? 가자. 아무리 걱정을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브루노가 옆 테이블에서 잘 먹고 있는 가족을 쳐다보고 있자 안토니오가 말한다. "저들처럼 먹으려면 한 달에 적어도 백만 리라는 벌어야 해."

'자전거 도둑'에서 안토니오를 연기하는 람베르토 마지오라니와, 브루노를 연기하는 엔조 스타이오는 전문 배우가 아닌, 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철공소에서 일하던 노동자였으며, 엔조 스타이오는 신문 배달원이었다. 또한 '자전거 도둑'은 모든 장면을 야외에서 촬영하여 전쟁 직후 빈곤으로 피폐해진 이탈리아 사회 구석구석을 포착하고 있다.

안토니오와 브루노 부자가 눈물을 흘리며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자전거 도둑'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도 눈물을 흘릴 만큼 애처롭다. 안토니오는 길에서 자전거를 훔친 도둑을 발견하고는 사창가까지 그를 쫓아 간다. 브루노가 경찰을 데리고 오지만 안토니오가 목격을 했다는 것 외에는 도둑이 자전거를 훔쳤다는 증거가 없어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제 자전거를 되찾기는 어렵다고 여긴 안토니오는 절망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칠 유혹에 빠져든다. 안토니오는 브루노를 먼저 집으로 가게 하고 벽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를 훔쳐 달아난다. 브루노는 빈곤과 절망으로 결국 자전거 도둑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목격한다. 안토니오는 자전거 주인에게 붙잡히고, 우는 브루노를 본 자전거 주인은 안토니오를 풀어 준다. 안토니오는 수치심으로 브루노의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말없이 눈물만 흘린다. 브루노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아버지의 손을 잡아 준다. 서로 손을 잡은 안토니오와 브루노 부자의 뒷모습이 군중 속으로 사라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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