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영화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작품상을 포함한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 각본상 하나만 수상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원제목은 'Lost in Translation'이다. 원제목에서 영화의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단어인 "lost"의 번역은 생략하고, 원제목에는 없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갖다붙여 원제목을 번역했다라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제목을 갖다붙였다는 표현이 적당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한국 제목은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은 통역이 되나요?'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생각하게끔 만들지만,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결코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인생에서 길을 잃은 두 남녀의 방황과, 이로 인해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배우인 밥 해리스(Bill Murray)는 위스키 광고 촬영을 위해 일본에 왔으나, 일본의 낯선 문화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밥과 같은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샬롯(Scarlett Johansson)은 사진 작가인 남편 존(Giovanni Ribisi)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역시 일본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존이 일을 하러 나가면 홀로 호텔방에서 외로움을 달랜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밥과 샬롯은 호텔바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서로의 모습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한 이들은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밥과 샬롯이 느끼는 외로움은 단지 일본이라는 낯선 환경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밥은 결혼한 지 25년이나 된 중년의 남자이다. 미국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자신은 여전히 잘나가는 영화배우이지만, 샬롯의 말대로 중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아내는 남편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아내와 아이들 사이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 밥은 소외감을 느낀다. 밥이 광고 촬영 현장에서 광고 촬영 감독(Yutaka Tadokoro)과, 통역을 하는 카와사키(Akiko Takeshita) 사이에서 어리둥절해 하는 장면은 밥이 느끼는 소외감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샬롯은 존과 결혼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어린 신부다. 철학을 전공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샬롯은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번민을 하고, 이러한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항상 바쁜 남편으로 인해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 샬롯이 혼자 도쿄 시내를 방황하는 장면이나, 도쿄가 내려다 보이는 호텔방의 창문 앞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은 자신의 길을 찾아 사회에 나가고 싶은 욕망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들이다.
밥과 샬롯은 함께 도쿄 시내를 돌아다니며 외로움을 달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 것은 사랑의 감정 때문이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민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이 두 사람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 주며 잠에 떨어지는 장면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밥은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샬롯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신다. 졸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잠에 떨어지기 직전에 밥은 샬롯의 발을 어루만지며 샬롯에게 - 그리고 자신에게 - 말한다. "넌 절망적이지 않아."
샬롯은 밥이 유명한 영화배우라는 것을 알지만 밥을 영화배우로 대하지 않는다. 샬롯은 자신처럼 외로움을 느끼는 밥에게 연민을 느낀다. 밥은 자신의 외로움을 이해해 주는 샬롯에게 이끌리게 된다.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호텔바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자 얼른 자리를 피했던 밥은 샬롯에게는 먼저 말을 건넨다. 밥은 자신처럼 외로움을 느끼는 샬롯에게 연민을 느낀다. 샬롯은 자신의 외로움을 유일하게 이해해 주는 밥에게 이끌리게 된다. 밥과 함께 초밥 집에 가기 위해 밥의 방문을 두드린 샬롯은 호텔바의 재즈 가수(Catherine Lambert)와 함께 있는 밥을 보고 조금은 실망한다. 그리고 초밥 집에서 마주앉은 밥과 샬롯 사이에 조금은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이는 결코 밥에 대한 샬롯의 질투 때문이 아니다. 샬롯은 밥이 자신의 외로움을 계속 이해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함께 하며 외로움을 달래 온 밥과 샬롯은 이제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본에서 일을 마친 밥은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나야 하고, 보고 싶다며 오늘밤에 만나자는 존의 메시지를 팩스로 받은 샬롯은 존에게로 가야 한다. 호텔 로비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샬롯과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밥은 길을 가고 있는 샬롯을 발견하고는 차에서 내려 샬롯에게 다가간다. 밥은 도쿄 거리 한복판에서 샬롯을 안아 준다. 그리고 샬롯의 귀에 대고 아무도, 그리고 관객들조차도 들을 수 없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뭔가를 속삭인다. 밥이 샬롯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들리지 않도록 한 것은 이 이야기가 다른 사람은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유일하게 서로를 이해해 준 두 사람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 외로움을 느끼는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 주는 이야기가 전부이다. 하지만 영화의 두 주인공을 중년의 남자와 어린 신부로 설정하고, 이 두 사람에게 낯선 일본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두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을 좀더 극대화하고 영화의 이야기에 좀더 극적인 효과를 주어, 관객들이 남녀노소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씩은 느끼는 외로움을 다룬 영화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영화의 두 주인공이 느끼는 외로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 속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사랑은 통역이 되나요?'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압권은 밥 해리스 역의 빌 머레이와, 샬롯 역의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이다.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의 뛰어난 연기가 없었다면 아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관객들에게 이토록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빌 머레이는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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