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끼는 웃옷과 헐렁한 바지, 작은 중산모와 자신의 발보다도 큰 낡은 구두, 지팡이,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찰리 채플린의 캐릭터, 방랑자(The Tramp)가 이번엔 "고독한 탐광자(The Lone Prospector)"(Charlie Chaplin)로 나오는 '황금광 시대'는 찰리 채플린이 제작, 감독, 각본, 주연, 편집, 그리고 음악까지 맡아 만든 무성 영화이다 - '황금광 시대'는 무성 영화 시대에 나온 무성 영화이지만, 1942년에 공개된 새로운 버전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내레이션이 새롭게 첨가되었다.
찰리 채플린은 자신의 작품들 중에서 '황금광 시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황금광 시대'가 찰리 채플린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작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 '황금광 시대'도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이긴 하지만, 사실 작품성은 '시티 라이트 (City Lights, 1931)'나 '모던 타임즈 (Modern Times, 1936)'가 훨씬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 힘들었던 영화 제작 당시의 추억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황금광 시대'에는 찰리 채플린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스케일이 큰 장면과 특수효과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예를 들어 찰리 채플린은 1896~1898년 Klondike Gold Rush 당시, Chilkoot Pass를 오르는 탐광자들의 행렬을 재현하기 위해 실제 방랑자들로 구성된 600명의 엑스트라들을 Secramento에서 모집해 영화 촬영지인 Sierra Nevada의 Truckee로 이송하였다. 또한 눈에 갇힌 "고독한 탐광자"와 빅 짐(Mack Swain)의 오두막집에서의 장면과, 특히 영화 후반부의 절벽 끝의 오두막집의 특수 효과 장면을 위해, 스튜디오에 눈 덮인 산과 절벽, 오두막집의 정교한 모형을 만들어야만 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얼굴에서는 웃음을 짓게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슬픔이 우러나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라는 자신의 철학을 자신의 영화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어떠한 비극도 희극으로 승화시켜, 관객들에게 웃음 속 슬픔과 감동을 전해 주었다.
장편 영화로서는 비교적 찰리 채플린의 초기 작품인 '황금광 시대'는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찰리 채플린의 다른 대표작들에 비해 영화의 주제나 이야기의 구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지금은 영화사에서 명장면으로 남아 있는 몇몇 장면들이 '황금광 시대'를 여전히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1846년에 일어난 도너 일행의 참사(Donner Party Disaster) -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조지 도너(George Donner)가 이끄는 87명의 개척민들은 1846년 겨울 Sierra Nevada에서 눈에 갇혀 조난을 당하는데, 다음해 4월에 구조될 때까지 48명의 생존자들은 배고픔과 병으로 먼저 죽은 동료들의 인육을 먹고 버티어 내었다 - 에서 영감을 얻은, 눈에 갇힌 "고독한 탐광자"와 빅 짐이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구두를 삶아 먹는 장면과, 배고픔으로 정신 착란을 일으킨 빅 짐이 "고독한 탐광자"를 잡아 먹으려는 장면은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장면들이다. "고독한 탐광자"가 구두창의 못을 생선의 뼈인 양 발라 먹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줌과 동시에, 당시 개척민들의 비참했던 상황을 느낄 수 있게끔도 해 준다.
"고독한 탐광자"가 짝사랑하는 조지아(Georgia Hale)와 함께 새해 첫날을 맞이하기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조지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춤추는 빵은 '황금광 시대'뿐만이 아니라,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오지 않는 조지아를 기다리다 지친 "고독한 탐광자"가 상상 속에서 빵과 포크를 이용해 조지아를 기쁘게 해주는 이 기발한 장면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오지 않는 조지아를 기다리는 "고독한 탐광자"의 슬픔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지게 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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