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을 하던 르웰린 모스(Josh Brolin)는 마약 거래를 하다 총격전이 벌어진 듯한 현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현장 근처에서 2백 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르웰린 모스는 돈가방을 찾으려는 미친 살인마 안톤 쉬거(Javier Bardem)의 집요한 추격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한편, 사건 현장을 조사한 관할 보안관 에드 톰 벨(Tommy Lee Jones)은 르웰린 모스와 미친 살인마의 존재를 알아내고 두 사람을 추격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맥 맥카시의 동명의 소설을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감독이 각색을 하고 연출까지 한 영화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Sailing to Byzantium)'의 한 구절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시는 시적 화자인 노인이 "관능적인 음악(sensual music)"에 사로잡혀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monuments of unageing intellect)"를 무시하는 젊은이들을 개탄하면서, 영원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젊은이들의 나라를 떠나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25살 때부터 보안관이었으며, 이제는 은퇴를 앞둔 늙은 에드 톰 벨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오래 전 여기 헌츠빌에서 난 한 소년을 전기 의자로 보냈다. 내가 체포했고, 내가 증언했다. 그는 14살인 소녀를 살해했다. 신문은 치정에 얽힌 범죄라 했지만, 그는 치정 같은 것은 없었다고 내게 말했다. 그가 기억할 수 있는 한, 그는 늘 누군가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만약 여기서 풀려난다면 누군가를 살해할 계획을 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5분 뒤에 자신은 지옥에 가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난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여기 늙은 에드 톰 벨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살인마가 또 있다. 안톤 쉬거는 산소 탱크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원칙에 따라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돈가방을 찾으러 르웰린 모스 앞에 나타난 칼슨 웰즈(Woody Harrelson)가 안톤 쉬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이상한 인간이야. 그는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지. 돈이나 마약 같은 것들을 초월하는 원칙 말이야."

안톤 쉬거가 주유소의 노인(Gene Jones)과 동전 던지기를 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영문도 모르는 노인은 어쨌든 동전 던지기에서 이긴다. 노인은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는 것조차 모른다. 이 나라는 노인들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무법적이고 폭력적인 무서운 나라로 급변하고 있다. 에드 톰 벨이 왜 보안관을 그만두려 하느냐는 삼촌 엘리스(Barry Corbin)의 질문에 점점 강적을 만나는 것 같다라고 말하자 삼촌 엘리스가 말한다. "네가 겪고 있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야. 이 나라는 사람들에게 가혹해. 오는 것을 막을 순 없어. 기다려 주지도 않지. 그건 허영심이야."

안톤 쉬거가 쫓고 있는 르웰린 모스도 보통내기는 아니다. 베트남 참전 용사인 르웰린 모스는 총격전 현장에서 다량의 마약을 발견하고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이라고 직감한다. 그리고 결국 현장 근처에서 돈가방을 찾아낸다. 르웰린 모스는 안톤 쉬거의 집요한 추격에도 끝까지 돈가방을 지켜낸다. 르웰린 모스는 안톤 쉬거와 마찬가지로 돈이라는 "관능적인 음악"에 사로잡힌 이 시대의 젊은이이다. 이 나라는 이러한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아도 돈만을 요구하는, 르웰린 모스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근처에서 만난 청년들, 그리고 안톤 쉬거가 준 돈을 가지고 싸우는 소년들. 엘패소의 늙은 보안관(Rodger Boyce)이 에드 톰 벨에게 말한다. "이게 다 염병할 돈 때문이야. 돈과 마약. 정말 염병할 것들이지....초록색 머리와 코에 뼈를 박은 아이들이 텍사스 마을 거리를 싸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20년 전에 당신이 내게 일러 주었어도 난 절대로 당신을 믿지 않았을 거요....이것이 시대의 흐름이오. 참담한 시대의 흐름. 이것이 다가 아니란 거요."

르웰린 모스의 아내 칼라 진 모스(Kelly Macdonald) 앞에 나타난 안톤 쉬거가 동전 던지기로 그녀를 죽일 것인지 살려 둘 것인지 결정하려 하자 그녀가 말한다. "동전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바로 당신이잖아요."

안톤 쉬거는 여태까지 마치 자신이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신인 양 행동했지만 교통사고는 피하지 못한다. 뼈가 피부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큰 부상을 입은 안톤 쉬거는 경찰이 오기 전에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라진다.

한편, 미친 살인마를 잡지 못한 채 은퇴한 에드 톰 벨은 아내 로레타 벨(Tess Harper)에게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해준다. "좋아, 둘인데 둘 다 아버지가 나왔어. 이상야릇하더군. 지금은 내가 아버지보다 20살이 더 많잖아.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젊어 보였어. 어쨌든 첫번째 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느 마을에서 아버지를 만났는데 나한테 돈을 주셨어. 난 그 돈을 잃어 버린 것 같아. 두번째 꿈은 우리가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데, 밤에 말을 타고 산속을 가고 있었어. 산길을 가고 있었지. 춥고 땅엔 눈까지 쌓여 있었어. 아버지가 나를 앞질러 계속 가시는거야.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그냥 앞질러 가시는거야. 담요를 두르고 고개를 숙이고 계셨어. 앞질러 가실 때 사람들이 많이 사용했던 뿔 속의 불을 들고 계신 걸 봤어. 불빛에 비친 뿔을 볼 수 있었는데 달빛 같았어. 꿈속에서 난 깨달았지. 아버지가 먼저 가셔서 어둡고 추운 곳에 불을 밝히고 계시다는 것을. 내가 어디를 가더라도 아버지가 거기에 계실 거란 걸 깨달았어. 그러다 잠에서 깼어."

에드 톰 벨의 꿈 이야기가 끝나자 영화도 갑자기 끝이 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허무한 결말은 관객들로 하여금 에드 톰 벨의 꿈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 보게끔 만들었다. 첫번째 꿈에서 에드 톰 벨이 아버지가 주신 돈을 잃어 버린 것은 에드 톰 벨이 미친 살인마를 놓쳐 버린 것을, 그리고 에드 톰 벨이 급변하는 이 나라를 결국 이해하지 못하고 은퇴한 것을 의미한다. 안톤 쉬거가 잡히지 않고 영화가 끝나는 것은 지금도 이 나라 어딘가에 안톤 쉬거와 같은 미친 살인마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 꿈에서 젊은 아버지가 어둡고 추운 곳에 불을 밝히는 것은 무법적이고 폭력적인 젊은이의 나라에 작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배경 음악도 없다.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감독은 배경 음악 없이도 얼마나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친 살인마 안톤 쉬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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