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째 자신의 아파트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휠체어에 신세를 지고 있는 유명한 사진 작가, L.B. '제프' 제프리스(James Stewart)는 창문을 통해 자신의 아파트 건너편 건물에 사는 이웃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던 어느날, 제프는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라스 토월드(Raymond Burr)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한 남자의 수상한 행동을 목격한다. 그리고 아파서 침대에만 누워있던 남자의 아내(Irene Winston)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남자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한 제프는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새 영화를 만들 때마다 보여 주는 실험 정신 가득한 새로운 영화 기술과 스릴 넘치는 영화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특정 심리와 본성을 끄집어내고 탐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이창'에서는 협소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 속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관음증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의 화면을 통해 관음증을 최대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여 관객들을 영화에 좀더 강하게 끌어들이기 위해, '이창'에서도 또다시 자신이 창조한 새로운 영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창'을 주의 깊게 보면, '이창'은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그 관점에 따른 촬영 방법에 따라, 비상 계단에서 잠을 자는 부부(Sara Berner & Frank Cady)의 개를 누군가가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영화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가 죽는 사건 이전의 전반부에서는 영화의 이야기가 전적으로 제프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제프와 제프의 여자 친구인 리사(Grace Kelly), 간호부 스텔라(Thelma Ritter), 그리고 친구인 형사 도일(Wendell Corey)을 보여 주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제프의 아파트 건너편 건물에서 사는 이웃 사람들을 보여 주는 장면들이 모두 제프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이다. 즉 이 장면들을 찍는 카메라가 바로 제프의 눈이며, 이 장면들을 보는 관객들은 제프가 보는 것과 같은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제프가 이웃 사람들의 행동을 훔쳐 보면서 느끼는 재미와, 특히 한 남자의 수상한 행동을 보면서 느끼는 호기심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게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이러한 참신하고 독특한 영화 기술로 관객들에게 훔쳐 보기를 간접 경험 하게 함으로서 관음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웃 사람들의 행동을 훔쳐 보는 제프를 나무라던 리사와 스텔라도 나중에는 훔쳐 보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전적으로 제프의 관점에서 영화가 전개되고, 관객들도 제프와 같은 관점에서 영화를 보게 되는, 그리고 모든 장면들이 제프의 아파트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로 촬영이 된 전반부와는 달리, 개가 죽는 사건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후반부에서는 제프의 관점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하고, 영화를 찍는 카메라도 제프의 아파트를 벗어나 창문 밖에서 제프를 보여 준다거나 창문에서 바라보는 각도와는 다른 각도에서 이웃 사람들을 보여 주는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와 함께 관객들과 제프의 관점도 서서히 분리된다. 이때부터는 제프가 라스 토월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행동이 수상한 남자가 부인을 살해했다고 확신을 갖게 되면서 제프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관객들에게 좀더 객관적으로 보여 주어 좀더 높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특히 제프와 라스 토월드가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전반부에서 관객들과 함께 이웃 사람들을 관찰하던 제프가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오히려 관객들과 이웃 사람들로부터 관찰 당하게 되는 처지가 된다.

'이창'은 관음증과 함께 인간의 강박증에 대한 탐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강박증은 그것이 무의미하다거나 부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게 되는 생각이나 행동을 말한다 - 사실 관음증도 부정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호기심, 특히 성적인 호기심으로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자꾸 훔쳐 보게 되는 일종의 강박증이다. 제프는 자신은 재능과 미모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리사와 어울리지 않는 남자라 생각하고, 특히 자신의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리사와의 결혼으로 자신의 자유로운 삶이 침해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리사의 구애를 애써 외면한다. 제프는 처음에는 마냥 행복해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신혼 부부(Rand Harper & Havis Davenport)와 자신에게는 조금은 지루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비상 계단에서 잠을 자는 부부를 보면서 결혼과 리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행동 양식을 보여 주고 있다.

제프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Beyond the High Himalayas(높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서)"라는 책을 읽고 있던 리사가 제프가 잠에 곯아떨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전공 분야인 패션 잡지를 보는 '이창'의 마지막 장면은 관음증이나 강박증과 같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바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재치있게 표현한 장면이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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