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Anne Revere)와 아들 토미(Dean Stockwell)와 함께 살고 있는 유명 작가 필 그린(Gregory Peck)은 스미스 주간지와의 일로 뉴욕으로 이사를 온다. 스미스 주간지의 편집장 미니피(Albert Dekker)는 필에게 반유태주의에 대한 연재 기사를 부탁한다. 한편, 필은 저녁 식사 초대를 받고 간 미니피의 집에서 이혼녀인 미니피의 조카딸 캐시(Dorothy McGuire)를 만나게 되고, 필과 캐시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반유태주의에 대한 글의 구상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을 하던 필은 급기야 자신이 직접 유태인이 되어 보기로 결심을 한다. 필은 미니피와 캐시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은 유태인이라고 말하고, 필 그린버그라는 유태인 이름으로 이중 생활을 시작한다.

로라 Z. 호브슨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신사협정'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로는 하기 힘들었던 반유태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영화이다. 유태인 행세를 하면서 유태인에 대한 크고 작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들을 직접 체험한 필은 크게 분노한다. 특히 자신들은 반유태주의를 반대하는 사회의 지성인들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주위에서 벌어지는 유태인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방관하고, 반유태주의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신사협정에 심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캐시는 이러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따라서 '신사협정'의 이야기 중심을 이루고 있는 필과 캐시와의 갈등은 사회의 유태인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들을 방관하고, 반유태주의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사회의 지성인들에 대한 비판을 상징하고 있다.

'신사협정'에서 미니피가 반유태주의에 대한 연재 기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하자, 미니피의 친구인 사업가 어빙 와이즈먼(Robert Warwick)이 문제만 일으킬 뿐이라고 미니피를 말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신사협정'의 제작자 대릴 F. 쟈누크가 로라 Z. 호브슨의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하자,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를 제작한 사무엘 골드윈과 다른 여러 영화 제작자들이 대릴 F. 쟈누크를 말렸을 정도로 '신사협정'이 제작될 당시에는 유태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굉장히 좋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때에 반유태주의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신사협정'을 제작한 대릴 F. 쟈누크의 용기를 높이 산 아카데미는 대릴 F. 쟈누크에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여했다. '신사협정'은 아카데미 작품상 외에도 엘리아 카잔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앤(Celeste Holm) 역의 셀레스트 홈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여,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대릴 F. 쟈누크와 엘리아 카잔 감독, 그리고 '신사협정'에서 필의 유태인 친구인 데이브 골드만(John Garfield)을 연기한 존 가필드 - 존 가필드는 실제로도 유태인이다 - 와, 필의 홀어머니를 연기한 앤 레브르는 반미 활동 조사 위원회(House Committee on Un-American Activities)로부터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 통보를 받게 된다. 이를 거부한 존 가필드와 앤 레브르는 할리우드 블랙 리스트에 오르게 되고, 끝까지 출석을 거부한 앤 레브르는 20년동안이나 여배우로서의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신사협정'은 대중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영화로서의 관점에서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로는 하기 힘들었던 반유태주의를 비판하고, 편견에 빠진 대중을 일깨워준 용기 있는 영화로 평가 받을 만한 영화이지만, 영화 예술적인 관점에서는 예술성이 뛰어나다거나 고전 영화로 불리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드는 영화이다. '신사협정'의 주제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주제라고 하기에는 반유태주의 문제에 너무나 국한되어 있으며, 이야기의 상황 설정과 전개, 그리고 몇몇 대사들이 다소 억지스럽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 주변 사람들을 속이고 유태인의 행세를 한다는 이야기의 설정부터가 조금은 억지스럽다.

필은 캐시와의 계속되는 갈등으로 결국 캐시와의 약혼도 깨지고, 무엇보다 다른 아이들로부터 유태인이라고 놀림을 당하고 우는 토미를 보게 되자, 애초의 기사 제목이었던 "나는 6개월동안 유태인이었다"를 "나는 8주동안 유태인이었다"로 바꾸어 서둘러 기사를 발표하고 뉴욕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캐시는 데이브를 통해 반유태주의가 옳지 않다라는 것을 알면서도 맞서지 아니하고 침묵하는 것은 반유태주의를 묵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유태주의를 말로써만 반대하지 말고 행동과 실천으로 맞서야 한다는 '신사협정'의 주제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앤이 필에게, 그리고 데이브가 캐시에게 하는 대사가 대변하고 있다 - 이 대사들은 영화 대사라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하는 연설에 가깝다.

유태인이라서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던 데이브에게 캐시가 코네티컷주에 있는 자신의 빈 시골집을 임대해 주었다는 소식을 들은 필은 캐시와 다시 화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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