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가장 많이 오른 영화감독은 윌리엄 와일러 감독으로, 총 12번이나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3번 수상했는데, '미니버 부인'은 그에게 첫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영화이다 - 나머지 두 개는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와 '벤허 (Ben-Hur, 1959)'로 수상했다. '미니버 부인'은 감독상을 포함하여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촬영상의 6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미니버 부인'이 발표된 1942년 6월은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지 약 6개월이 되던 때였다. 따라서 국민에 대한 전쟁의 당위성 설득과 애국심 고취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였다. '미니버 부인'은 이를 위해 제작된 일종의 국민 선전용 영화이다.

케이 미니버(Greer Garson)는 성공한 건축가인 남편, 클렘 미니버(Walter Pidgeon), 그리고 빈(Richard Ney), 토비(Christopher Severn), 주디(Clare Sandars), 세 자녀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영국 중산층 가정의 부인이다. '미니버 부인'은 케이 미니버를 중심으로, 미니버 가정의 평범함과, 영국이 제2차 세계 대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 직전, 미니버 가정의 평화로운 삶을 보여 주는 이야기들로 시작한다.

케이는 자신의 분수에는 맞지 않는, 조금은 사치스런 모자를 사고는 남편에게 어떻게 말을 할까 걱정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자상한 엄마이기도 하다. 또한 마을 역장인 밸러드(Henry Travers)가 꽃 품평회에 출품하기 위해 자신이 기른 장미에 "미니버 부인"이라고 이름을 붙일 정도로 이웃에게는 친절하고 기품 있는 부인이기도 하다. 클렘 역시 새 차를 사고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 옥스퍼드에서 돌아온 대학생 빈은 귀족층인 벨든 부인(Dame May Whitty)의 손녀 캐롤(Teresa Wright)과 작은 언쟁을 벌이지만, 곧 캐롤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영국이 제2차 세계 대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자, 미니버 가정의 평화로운 삶에도 변화가 생긴다. 빈이 공군에 자원 입대하여 조종사로 전쟁에 출전하고, 클렘은 던커크 철수 작전(The Dunkirk Evacuation)에 투입된다. 케이는 남편과 아들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인근에 추락한 독일 전투기 조종사(Helmut Dantine)가 부상 당한 몸으로 집에 침입하지만, 케이는 침착하게 경찰에 신고해 조종사를 경찰에 넘긴다.

클렘과 빈이 무사히 집에 돌아오고, 빈은 캐롤과 결혼식을 올린다. 한편 독일의 공습이 빈번해짐에 따라 방공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꽃 품평회가 열리는 도중, 독일의 대대적인 공습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날아들고, 꽃 품평회에 참석한 빈은 서둘러 부대로 돌아간다. 케이와 캐롤은 빈을 부대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독일의 공습을 받게 되고, 캐롤이 그만 총알에 맞아 죽는다.

독일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교회에서 목사(Henry Wilcoxon)가 신도들에게 하는 설교는 영화의 주제이면서, '미니버 부인'이 발표된 당시의 국민들에게 던지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고, 우리가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는 이유는 이 전쟁이 우리 모두의 전쟁이기 때문이며,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감동의 설교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과 목사를 연기한 헨리 윌콕슨이 이 장면을 촬영하기 직전까지 교정에 교정을 거듭하여 완성된 것으로, 당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설교의 일부가 여러 가지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유럽의 독일 점령 지역에 전단지로 뿌려졌으며,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를 통해 방송을 타기도 하고, 타임(Time) 같은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미니버 부인'이 구축함대보다 전쟁에 더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당시에는 국가적으로 의미가 있는 영화였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명화로 남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영화 예술적 가치는 없는 영화이다.

'미니버 부인'의 압권은 제2차 세계 대전 초기에 실제로 벌어졌던 던커크 철수 작전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던커크 철수 작전은 프랑스의 던커크에서 독일군에게 포위된 영국군과 프랑스군, 벨기에군을 구출하기 위해, 영국에 의해 1940년 5월 27일부터 9일동안 실행되었다. 이 작전을 위해 860여척의 민간 선박들이 투입되었으며, 이 작전으로 34만 여명의 군인들이 구출되었다. "작은 배들의 기적"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작전의 성공은 당시 영국 국민에게 애국심 고취와 함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미니버 부인'에서 두 미니버 부인 역을 맡은 두 여배우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케이 미니버 부인 역의 그리어 가슨과 캐롤 미니버 부인 역의 테레사 라이트는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

케이를 연기한 그리어 가슨과 케이의 아들 빈을 연기한 리차드 네이는 '미니버 부인' 이후에 11살이라는 나이차 - 그리어 가슨이 리차드 메이보다 나이가 많다 - 를 극복하고 결혼을 한다. '미니버 부인'의 초반부에 요트 클럽 댄스 파티에서 케이가 캐롤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들 빈을 몰래 쳐다보는 장면이 있는데, 아들 빈을 쳐다본 것이 아니라 연인 리차드 네이를 쳐다본 것일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두 사람은 5년의 짧은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한다.

목사의 설교가 끝난 뒤에 신도들이 다 함께 찬송가, '믿는 사람들은 군병 같으니 (Onward, Christian Soldiers)'를 부르는 장면은 국민의 단합을 호소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독일의 공습으로 무너진 교회 지붕을 통해 보이는 하늘 위로 승리를 상징하는 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영국 공군 전투기들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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