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Pixar)가 제작한 여덟번째 작품,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 영화라는 나의 고정 관념을 한순간에 깨뜨려 버렸다. 그리고 잔뜩 기대를 하고 본 영화가 픽사가 제작한 첫번째 작품, '토이 스토리'이다. '토이 스토리'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픽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천재인 것 같다. '토이 스토리'가 선사하는 놀라운 화면과 재미있는 영화의 이야기는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100%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로 만들어진 '토이 스토리'가 보여 주는 3차원의 입체감이 나는 화면은 그동안 2차원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실사와 기존의 2차원 애니메이션 사이의 새로운 영상 세계를 창조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는 '토이 스토리'가 보여 주는 놀라운 화면만큼이나 재미있다.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이다.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 앤디(John Morris)는 자신이 보지 않는 사이에 자신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카우보이 인형 우디(Tom Hanks)는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하지만 앤디가 생일 선물로 받은 우주 전사 인형 버즈(Tim Allen)가 등장하면서부터 우디는 앤디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진다. 우디는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버즈에게 질투를 느낀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다. 자신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이야기의 설정부터가 아이들에게는 흥미롭다. 여기에 장난감들을 못살게 구는 악마와도 같은 아이 시드(Erik von Detten)의 집에 갇힌 우디와 버즈가 서로 친구가 되어 시드를 골탕 먹이고, 천사 같은 주인 앤디에게로 되돌아가기 위해 도로를 질주하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신이 나게 만든다.

어른들의 관점에서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에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장난감들이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는 빡빡한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영화를 보는 잠깐동안만이라도 어렸을 때 했었던 상상의 세계에 빠져보는 즐거움을 준다.

또한 '토이 스토리'의 이야기는 영화 속 상상의 세계이지만 그 속에서 장난감들이 만들어가는 공감 가는 이야기들은 상당히 흥미롭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자기 자신에게 실망도 하고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이때 위로해주고 걱정해주는 친구가 옆에 있으면 큰 힘이 된다. 우디와 버즈도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좌절을 한다. 우디는 날개도 있고, 어두운 곳에서도 빛이 나며, 말도 하고, 헬멧도 휙 하고 열리는 너무나 멋진 버즈에 비해, 줄을 당기면 차에 치인 듯한 소리만 나는 보잘것없는 자신에게 실망한다. 자신을 진짜 우주 전사라고 믿었던 버즈도 TV 광고에 나오는 자신을 보고 자신은 한낱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하지만 버즈는 넌 비록 우주를 수호하는 우주 전사는 아니지만 다른 장난감들이 부러워하는, 그리고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너무나 멋진 장난감이라는 우디의 진심 어린 말에 자신감을 되찾는다. 우디는 비록 기능면에서는 버즈보다 많이 뒤떨어지지만 버즈보다 세상을 더 많이 안다. 자신감을 되찾은 버즈는 상자에 갇힌 우디를 꺼내 주고, 우디는 시드의 장난감들과 합동 작전을 펼쳐 시드가 버즈에게 장착한 로켓에 불을 붙이기 직전에 버즈를 구해 준다. 우디와 버즈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시드의 집을 탈출, 무사히 앤디에게로 되돌아온다.

우디를 카우보이 인형으로, 버즈를 우주 전사 인형으로 설정한 것도 흥미롭다. 우디와 버즈는 각각 구세대와 신세대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이들의 특성들을 영화에서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결국 우디와 버즈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는 신구의 조화를 은연중에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우디와 버즈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톰 행크스와 팀 앨런이다. 존 래스터 감독은 첫 장편 CGI 애니메이션을 만든 업적을 인정 받아, 아카데미 특별 업적상을 수상했다. '토이 스토리'의 성공으로 두 편의 속편, '토이 스토리 2 (Toy Story 2, 1999)'와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가 제작되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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