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주'는 1944년 3월 24일 밤과 25일 새벽에 걸쳐 독일 포로 수용소인 루프트 III(Luft III)에서 실제로 일어난 76명의 포로 대탈주 사건을 기록한 폴 브릭힐의 동명의 책을 각색한 영화이다. 폴 브릭힐은 대탈주 당시 실제로 루프트 III에 수용 중인 포로였으며, 탈주는 하지 않았지만 탈주 준비 과정에는 가담을 하였다.
'대탈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에서 자막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인물들과 합성하였고, 시간과 장소도 많이 압축되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대규모 탈주를 계획하는 바틀렛(Richard Attenborough)은 실제로 대탈주를 계획한 영국 공군 소령 로저 부쉘(Roger Bushell)을 모델로 한 캐릭터이다. 스티브 맥퀸이 연기하는 미국인 힐츠(Steve McQueen)와 제임스 가너가 연기하는 미국인 헨들리(James Garner)는 영화를 위해 창조된 캐릭터인데, 실제로는 수용소를 탈주한 76명의 포로들 중에 미국인은 없었다. 탈주에 성공하는 대니(Charles Bronson)와 윌리(John Leyton)는 실제로 배를 타고 스웨덴으로 탈주에 성공한 두 노르웨이인 Per Bergsland와 Jens Muller를, 탈주에 성공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인 세지윅(James Coburn)은 실제로 레지스탕스의 도움으로 스페인으로 탈주에 성공한 네덜란드인 Bram van der Stok를 모델로 한 캐릭터이다.
또한 영화에서는 세 땅굴 - "톰(Tom)", "딕(Dick)", "해리(Harry)" - 중 하나인 "톰"이 미국 독립 기념일인 7월 4일에 독일군에게 발각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1943년 9월에 발각이 되었으며, "톰"의 발각으로 바로 "해리"를 파는 작업에 착수하는 영화에서와는 달리, 실제로는 "톰"의 발각으로 "해리"를 파는 작업도 오랫동안 중지되어 1944년 1월에서야 작업이 속개되었다.
그러나 대규모 탈주를 위해 세 개의 땅굴을 파기로 하고, 세 개의 땅굴에 각각 "톰", "딕", "해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바지 속의 주머니를 이용해서 땅굴을 파면서 나오는 흙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 땅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버팀목으로 포로들의 침대 나무판자를 사용하고, 탈주에 필요한 여행 허가증, 신분 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등, 영화가 보여주는 탈주 준비 과정은 사실 그대로이다. 하지만 수용소를 탈주한 포로들이 도망을 가는 과정은 대부분이 픽션인데, 예를 들어 탈주한 76명의 포로들 중 실제로 오토바이나 비행기를 이용한 포로는 없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수용소를 탈주한 76명의 포로들 중에서 3명만이 탈주에 성공하였고, 다시 잡힌 73명 중 50명이 처형되었다.
포로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탈주를 준비하고, 또 죽음을 무릅쓰고 탈주를 한 만큼 심각했을 당시의 실제 상황과는 달리, '대탈주'는 아주 가벼운 오락 액션 영화이다. 이는 영화의 초반부에서부터 드러난다. 수용소에 막 도착한 포로들이 저마다 탈주를 시도하다 독일군에게 발각되는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 마치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 나가다 선생님에게 들키는 상황처럼 느껴진다.
'대탈주'를 연출한 존 스터지스 감독은 3년 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七人の侍, Seven Samurai, 1954)'를 리메이크한 '황야의 7인 (The Magnificent Seven, 1960)'을 연출한 영화감독인데, 당시 '황야의 7인'은 흥행 대박을 터뜨렸었다. '황야의 7인'이 흥행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차례로 등장하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이들 개성이 서로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재미있는 묘사, 그리고 영화의 캐릭터들만큼이나 개성이 다른 수많은 스타 배우들의 등장으로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대탈주'는 '황야의 7인'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스티브 맥퀸, 제임스 가너, 리처드 아텐버로우,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등의 스타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고,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탈주 준비 과정에서 맡은 역할과 개성에 따라 각 캐릭터에 일일이 별명을 붙여 관객들에게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탈주를 밥 먹듯이 하고 독방을 자기 집 안방 드나들듯이 하는 힐츠에게는 "독방 왕", 필요한 건 무엇이든지 독일군으로부터 슬쩍하는 헨들리에게는 "쓰리꾼", 탈주를 지휘하는 지휘관으로서 독일군으로부터 정체를 숨겨야 하는 바틀렛에게는 "빅 X(Big X)" - "빅 X"는 실제로 로저 부쉘의 코드명이었다 - , 땅굴 파는 전문가인 대니와 윌리에게는 "땅굴 왕", 탈주에 필요한 각종 서류들을 위조하는 블라이스(Donald Pleasence)에게는 "위조자", 땅굴 안에 공기를 공급하는 펌프를 만든 세지윅에게는 "제조업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대탈주'는 지금 보면 조금은 유치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포로들의 탈주 준비 과정만큼은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 탈주 영화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오락 액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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