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가 2년 동안의 췌장암과의 투병 생활 끝에 지난 9월 14일 5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비록 대중의 마음을 끌만한 잘 생긴 외모를 가진 배우는 아니었지만, 그의 대표작인 '더티 댄싱 (Dirty Dancing, 1987)'과 '사랑과 영혼'에서 보여준 착한 이미지와, 비록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는 아니었지만, 투병 생활 중에서도 보여준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 - 투병 중에서도 TV 시리즈 '비스트 (The Beast, 2009)'에서 주인공 찰스 바커 역으로 출연하여 죽기 직전까지 연기를 했다 - 은 그의 팬들로 하여금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TV 미니시리즈 '남과 북 (North and South, 1985)'으로, 영화가 아닌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렸으며, 영화배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린 건 에밀 아돌리노 감독의 '더티 댄싱'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영화배우 앞에 "인기"라는 수식어를 붙여 준 영화가 바로 제리 주커 감독의 '사랑과 영혼'이다.

샘(Patrick Swayze)과 몰리(Demi Moore),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초자연적인 이야기로 담은 '사랑과 영혼'이 우리나라에 개봉되었을 당시 이 영화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도 가르지 못한 샘과 몰리의 사랑에 눈물을 흘렸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다 매(Whoopi Goldberg)의 수다와 엉뚱함에 웃었다. 수많은 연인들이 다른 여러 영화에서도 패러디를 할 만큼 유명한, 도자기를 빚던 몰리와 샘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흉내 냈으며, 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The Righteous Brothers의 'Unchained Melody'는 하루도 빠짐없이 라디오와 거리의 레코드점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 결과 '사랑과 영혼'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Titanic, 1997)'이 우리나라에 개봉이 될 때까지 영화 사상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최근에 '사랑과 영혼'을 몇 년만에 다시 보고 새삼 '사랑과 영혼'과 '타이타닉'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영화의 스토리 외에도 '사랑과 영혼'에서의 유명한 장면인 도자기를 빚던 몰리와 샘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잭(Leonardo DiCaprio)과 로즈(Kate Winslet)가 타이타닉의 선두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타이타닉'에서의 유명한 장면을 연상시킨다든지, 두 영화에서 나오는 사랑의 노래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는 점 등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끔 했다 - '타이타닉'보다도 더 비슷한 영화가 있다. 비록 대중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사랑과 영혼'보다 1년 앞서 발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혼은 그대 곁에 (Always, 1989)'라는 영화가 있는데, '사랑과 영혼'이 이 영화를 표절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 구조가 정말 비슷하다. 심지어는 옛날에 히트한 노래를 영화에 삽입한 것까지도 똑같은데, '영혼은 그대 곁에'에서는 The Platters의 'Smoke Gets In Your Eyes'가 삽입되었다. '영혼은 그대 곁에'는 오드리 헵번이 대장암으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이기도 하다.

'사랑과 영혼'이 흥행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오르긴 했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한마디로 대중성은 있지만 영화적 예술성은 없다. 사실 제리 주커 감독이 무게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다. 제리 주커 감독은 짐 에이브러햄스, 그리고 친형인 데이빗 주커와 공동으로 제작이나 감독, 각본을 맡고 주로 코미디 영화들, 특히 다른 유명한 영화들의 명장면들을 패러디한 그들만의 독특한 코미디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에어플레인 (Airplane!, 1980)', '일급 비밀 (Top Secret!, 1984)', '총알탄 사나이 (The Naked Gun : From The Files Of Police Squad!, 1988)' 등이 그들의 작품으로 하나같이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을 겨냥한 가볍고 황당하기까지 한 코미디 영화들이다. '사랑과 영혼'이 제리 주커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그나마 진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I love you, Molly. I've always loved you."

(사랑해, 몰리. 당신을 정말 사랑했었어.)

"Ditto."

(나도.)

 

'사랑과 영혼'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이는 데미 무어와 우피 골드버그가 아닐까 생각한다. 두 여배우는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었으나 '사랑과 영혼'으로 대스타가 된다. 특히 순정 만화의 순수한 미소년처럼 나오는 데미 무어가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죽어서도 몰리를 떠나지 못하고 이승을 맴돌던 샘은 몰리와 오다 매를 위험으로부터 구해주고서야 이승을 떠나게 된다. 샘이 사랑하는 몰리와 마지막 작별을 하고 이승을 떠나는 '사랑과 영혼'의 마지막 장면은 실제 패트릭 스웨이지의 죽음과 맞물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여운을 준다. 패트릭 스웨이지도 '사랑과 영혼'의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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