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한 작은 마을 스파르타에서 이 마을에 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 북부에서 온 돈 많은 사업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의 경찰서장 길레스피(Rod Steiger)는 사건의 용의자로 마을의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한 흑인 남자를 체포한다. 하지만 이 흑인 남자는 가족을 만나러 가기 위해 기차를 갈아타려고 마을에 잠시 머무른 필라델피아에서 온 살인 사건 담당 전문 형사 버질 팁스(Sidney Poitier)였다. 자신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버질은 내키진 않지만 길레스피의 부탁으로 인종적 편견이 가득한 마을에서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를 진행한다.

"Virgil, that's a funny name for a nigger boy to come from Philadelphia.

What do they call you up there?"

(버질, 필라델피아에서 온 흑인 꼬마에겐 웃기는 이름이군. 거기에선 자네를 어떻게 부르나?)

"They call me Mister Tibbs."

(팁스 씨라고 부릅니다.)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인 '밤의 열기 속으로'는 영화의 영어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삼류 애로 영화로 오해하게끔 만들지만, 영화 자체는 인종 차별을 정면으로 다룬 사회 영화이다. 1965년에 발표된 존 볼의 동명의 소설을 스털링 실리펀트가 각색하고 노만 쥬이슨 감독이 연출을 한 작품으로,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 (The Graduate, 1967)'과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를 물리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상을 포함, 각색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밤의 열기 속으로'가 걸출한 다른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그 당시 미국 전체의 사회적인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1960년대 미국 사회는 마틴 루터 킹의 흑인 인권 운동과 1963년에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제안된, 인종 차별을 전면 금지하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of 1964)으로 그 어느때보다 흑인의 인권 보호와 인종 차별에 대한 논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 당시 미국 사회가 얼마나 어수선했는가는 1963년 1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과 1968년 4월 마틴 루터 킹의 암살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밤의 열기 속으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처음으로 미의회에 상정된 민권법이 오랜 진통 끝에 1964년에 미의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종 차별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던 민감한 시기에 제작된 영화인데, 영화의 이야기 무대는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주 스파르타라는 가상의 마을이지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특히 미국 남부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미국 북부의 일리노이주에 있는 실제 마을 이름이 스파르타인 곳에서 영화의 촬영을 해야 했을 정도였다.이런 민감한 때에 공개된 '밤의 열기 속으로'는 일단은 당시의 논쟁거리였던 인종 차별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민권법에 찬성하는 쪽에 서있는 듯하다. '밤의 열기 속으로'에서 백인들은 편견으로 가득찬 비열하고 건방지고 멍청한 인간들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밤의 열기 속으로'에서 유명한 장면인 에릭 엔디콧(Larry Gates)이 자신을 조사하러 온 버질의 뺨을 때리자 버질이 엔디콧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인종 차별에 대한 이 영화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

'밤의 열기 속으로'에서 편견이 가득한 다혈질적이고 다소 냉소적인 길레스피 역을 맡은 로드 스타이거 -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완벽하다 - 와, 이지적이고 냉철한 버질 팁스 역의 시드니 포이티어,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은 거의 환상적이다. 아카데미는 '밤의 열기 속으로'에서 명연기를 보여 준 로드 스타이거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으나, 시드니 포이티어는 후보에 이름조차 올리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아카데미의 인종 차별이란 비판도 받았다.처음엔 편견이란 색안경을 쓰고 버질을 인간이 아닌 흑인으로 대한 길레스피는 수사 과정에서 보여 준 그의 능력에 감탄하게 되고 그와 인간적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된다. 길레스피가 기차를 타는 버질에게 편견이란 색안경을 벗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은근히 감동적이다.

"Virgil! You take care, you hear?"

(버질! 몸조심하게, 알겠나?)

"Yeah."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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