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맨'은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내츄럴 (The Natural, 1984)'로 주목을 받은 배리 레빈슨 감독의 작품으로, 작품상을 포함,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에 해당하는 금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LA에서 자동차 판매업을 하고 있는 찰리 바빗(Tom Cruise)은 자신이 판매하는 람보르기니가 미국 환경 보호국의 매연 검사에 걸리는 바람에 엄청난 빚을 지게 될 지경에 놓인다. 이 와중에 찰리는 여자 친구인 수잔나(Valeria Golino)와 주말 여행을 가는 도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하게 되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신시내티로 향한다. 찰리는 자기에겐 1949년형 뷰익 로드마스터 컨버터블과 장미 관목만을 물려주고 300만 달러나 되는 재산은 다른 누군가에게 물려준다는 아버지의 유언장을 듣고 크게 실망한다. 화가 난 찰리는 아버지의 유산을 받게 되는 누군가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그 누군가가 아주 어릴 때 헤어져 기억에도 없는 자신의 형이자 자폐증 환자인 레이몬드 바빗(Dustin Hoffman)임을 알게 된다.

찰리는 아버지의 유산에 대한 자기의 권리를 찾기 위해 레이몬드를 월브룩 요양소에서 빼내어 LA로 데려 가려 한다. 하지만 비행기 타기를 두려워하는 레이몬드는 공항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할 수 없이 찰리는 아버지가 물려준 뷰익 로드마스터 컨버터블로 형 레이몬드와 LA로의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레인 맨'은 일종의 로드 무비 장르의 영화이다. 로드 무비 장르의 거의 모든 영화가 주인공들이 긴 여정 속에서 예전에 잃어버렸던, 또는 잊고 살았던 소중한 무언가를 되찾게 된다거나, 인생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레인 맨' 역시 가족의 사랑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온 조금은 자기 중심적인 한 남자가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형과의 여정을 통해 형제애를 깨닫게 되고 인간미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레인 맨' 제작 당시 이제는 진부해져버린 로드 무비라는 장르에다 영화의 스토리마저 진부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였으나, 배리 레빈슨 감독은 진부해질 수도 있는 스토리에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를 부각시켜 '레인 맨'을 휴머니티 가득한 감동의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찰리는 처음에는 300만불이라는 돈에 눈이 어두워 자폐증 환자인 형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형을 거의 납치하다시피 요양소에서 빼내어 내키지도 않는 형과의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되지만, 형과의 단 둘만의 여정을 통해 형을 이해하게 되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돈보다도 더 소중한 인간의 정을 느끼게 된다.

작가로 영화계에 입문하여 오랫동안 작가 생활을 한 배리 레빈슨 감독은 자신의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레인 맨'에서 영화 기술적인 화려함보다는 영화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개시키는 탁월한 연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찰리와 레이몬드 두 형제가 여정에서 일으키는 여러가지 해프닝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넘어 폭소를 자아내게끔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찰리가 결국 8만불의 빚을 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허공에다 욕을 하는 장면도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이 장면에서 배경 음악으로 흐르는 코믹한 리듬의 Lou Christie의 'Beyond the Blue Horizon'은 이 장면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고 있는데, 이 음악은 1997년에 첫 방영된 MBC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 (1997)'의 배경 음악으로도 쓰였던 곡이다. '그대 그리고 나'에서도 이 음악은 코믹한 드라마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져 드라마의 인기에 작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다.

'레인 맨'에서 레이몬드와 찰리를 각각 연기한 더스틴 호프먼과 톰 크루즈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은 정말 환상적이다. 물론 자폐증 환자 레이몬드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더스틴 호프먼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영화의 초반부에는 자기 중심이 강한 인물로 나오다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서 인간미를 찾아가는, 영화의 주제를 놓고 본다면 '레인 맨'의 사실상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찰리 역을 맡은 톰 크루즈의 연기는 특히 인상적이다.

'레인 맨'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에서의 레이몬드는 밝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캐릭터였으나 시나리오를 읽은 더스틴 호프먼은 레이몬드가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캐릭터로 나오는 것이 영화의 감동을 더할 수 있다 생각하고 제작진에게 레이몬드의 캐릭터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더스틴 호프먼의 생각은 적중했다. 레이몬드가 찰리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주제가 되어버렸으며, 특히 영화의 마지막에 두 형제가 헤어지는 장면에서도 끝까지 찰리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풀지 못하는 레이몬드의 모습은 관객들이 느끼는 찰리의 형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더 깊이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Posted by unforgetta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