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크로 법(Jim Crow Law)은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되었던 미국의 인종 차별법이다. 짐 크로는 1828년, 토머스 다트머스 라이스(Thomas Dartmouth Rice)가 쓴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의 주인공 이름이다. 1820년에서 1830년 사이에 미국 남부에서 발생하여 19세기 중반 미국 사회를 풍미한 민스트럴 쇼는 얼굴을 검게 분장한 배우들이 등장하여 흑인풍의 노래와 춤을 중심으로 흑인 노예의 삶을 희극적으로 표현한 버라이어티 쇼이다. 이후 짐 크로는 점차 흑인에 대한 모멸적인 어구나, 그들의 격리된 삶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

주로 미국 남부에서 시행된 짐 크로 법은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이다. '그린 북'에서 미국 남부 투어 공연 중인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도날드 셜리 박사(Mahershala Ali)가 유색인 전용 모텔에서 머물고, 양복점에서 차별을 당하고, 밤에 돌아다닌다고 경찰에 체포되고, 화장실 사용과 식당 출입을 제지당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당시 미국 남부에서 흑인들은 짐 크로 법에 의해, 학교, 공원, 공동묘지, 극장, 식당, 화장실 등 공공장소에서 백인들과 분리되어 차별을 받았으며, 해가 지면 흑인들이 외출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는 지역도 있었다.

'그린 북'에서 토니 립(Viggo Mortensen)과, 그의 아내 돌로레스(Linda Cardellini)의 대사를 통해 언급되기도 하지만, 그린 북은 원래는 '흑인 운전자들을 위한 그린 북 (The Negro Motorists' Green Book)'으로, 유색인들이 미국 남부를 여행할 때 머무를 수 있는 장소와 식당 등을 소개한 여행안내서이다. 1936년부터 1966년까지 연간으로 발행된 '흑인 운전자들을 위한 그린 북'은 뉴욕의 흑인 우편 집배원이었던 빅터 휴고 그린(Victor Hugo Green)이 짐 크로 법으로 차별을 받는 흑인 여행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 발행한 여행안내서이다.

'그린 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1927년 플로리다, 펜사콜라(Pensacola)에서 성공회 신부인 아버지와, 자메이카 이민자이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도날드 셜리(Donald Walbridge Shirley)는, '그린 북'에서 피츠버그 사회자(Geraldine Singer)가 소개하듯, 3살 때 첫 공연을 하였고, 18세에 보스톤 팝스 심포니에서 데뷔했으며, 심리학, 음악, 전례 예술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다. '그린 북'의 마지막에 자막으로도 언급되지만, 러시아의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는 도날드 셜리의 기교는 신의 경지라고 말했다.

펜실베니아주 비버 폴즈(Beaver Falls)에서 이탈리아계 부모 밑에 태어나 뉴욕 브롱크스(Bronx)에서 자란 토니 립은, 본명은 프랭크 안토니 발레롱가(Frank Anthony Vallelonga)로, '그린 북'에서 도날드 셜리 박사에게 설명을 해 주듯이, 어릴 적에 친구들이 브롱크스 최고의 입담꾼이라고 해서 토니 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토니 립은 1961년부터 코파카바나 나이트클럽에서 종업원과 경비원으로 일했으며, 이곳에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을 만나 '대부 (The Godfather, 1972)'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이어 오브 드라곤 (Year of the Dragon, 1985)',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 '도니 브래스코 (Donnie Brasco, 1997)' 등 다수의 영화와, TV 드라마 '소프라노스 (The Sopranos)'에 출연하면서 배우로도 활동하였다.

토니 립은 1962년,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한 도날드 셜리 박사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고용되어, 도날드 셜리 박사와 8주간의 남부 투어를 함께 하는데, '그린 북'의 이야기는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물론 '그린 북'의 각본을 토니 립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가 - 브라이언 큐리와 '그린 북'을 연출한 피터 페럴리 감독과 함께 - 쓰긴 했지만, '그린 북'에서 남부 투어 중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한 '그린 북'의 이야기는 대단히 진부하고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 북'은 입담과 주먹만 믿고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립과,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도날드 셜리 박사가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서로 다르지만, 8주간의 남부 투어를 함께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 특히 '그린 북'의 초반부에 두 흑인 바닥 수리공에게 레모네이드를 대접한 아내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두 흑인 바닥 수리공이 사용한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한 토니 립은 남부 투어 중 도날드 셜리 박사가 겪는 인종 차별을 보면서, 인종 차별 문제를 인지하게 되고, 도날드 셜리 박사를 이해하게 된다.

'그린 북'은 뉴욕에서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켄터키, 테네시 등 미국의 동부 해안 지역을 따라 내려가 남부로 향하는 토니 립과 도날드 셜리 박사의 여정을 보여주는 장면들 중간 중간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장면들을 보여준다. 토니 립도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말한다. "난 이 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지 몰랐었어. 이제서야 보고 알게 됐어. 당신은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믿지 못할거야.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름다워."

'그린 북'은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장면들과 도날드 셜리 박사가 인종 차별을 당하는 이야기들을 대비시켜,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서 인종에 따라 차별을 하는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하찮고 부질없는 것인가를 은연 중에 표현하고, 풍자하고 있다.

'그린 북'에서 토니 립 역의 비고 모텐슨과 도날드 셜리 박사 역의 마허샬라 알리의 연기가 훌륭하다.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는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마허샬라 알리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마허샬라 알리는 2년 전에도 '문라이트 (Moonlight, 2016)'에서 후안(Mahershala Ali)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었다.

'그린 북'은 작품상을 포함하여,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의 5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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