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관객들에게 마치 동화 또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여주인공 엘라이자 에스포지토(Sally Hawkins)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이웃집 화가 자일스(Richard Jenkins)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마지막에도 자일스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 하지만 엘라이자, 그녀를 생각할 때면 내 마음 속에 유일하게 떠오르는 건 시다. 수백 년 전에 사랑에 빠진 누군가가 속삭이던. 당신의 형체를 알 수 없지만, 내 주위에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아네. 당신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을 겸허하게 하네. 당신은 어디에든 존재하기에."

물을 담는 컵이나 그릇에 따라 물의 모양이 변하듯, 사람이나 사람의 마음에 따라 사랑의 모양도 변한다. 물과 사랑은 특별한 모양은 없지만, 우리가 그것들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온몸과 마음으로 그것들을 느끼게 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항공우주 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와, 남미에서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로 잡혀 들어온 괴생명체, 양서류 인간(Doug Jones)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영화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사랑은 정신적인, 또는 단순 감정적인 사랑이 아니다. 남녀 간 육체적 관계가 포함된 사랑이다. 관객들은 엘라이자가 흉측하게 생긴 양서류 인간과 육체적 관계를 가진다는 이야기에 비위가 상할 수도 있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온갖 영화적 장치와 이야기들을 통하여 관객들이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사랑을 숭고한 사랑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비현실적인 판타지 영화이지만,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냉전 시대의 역사적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도 미국과 소련의 대립을 다룬 이야기가 나오는데, 항공우주 연구센터에 침투한 소련의 첩자 로버트 호프스테틀러 박사(Michael Stuhlbarg)는 미할코프(Nigel Bennett)로부터 미국이 양서류 인간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며 양서류 인간을 죽이라는 지령을 받는다.

또한, 미국에서 1960년대는 여성과 흑인, 동성연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불평등과 편견이 가득한 시대였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엘라이자와 그녀의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엘라이자는 언어 장애를 지닌 여성이고, 엘라이자의 직장 동료 젤다 풀러(Octavia Spencer)는 흑인이며, 자일스는 동성연애자이다. 보안책임자인 리차드 스트릭랜드(Michael Shannon)는 엘라이자와 젤다에게 인종 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스트릭랜드는 양서류 인간에게는 심한 학대를 가한다. 하지만 엘라이자와 젤다, 자일스는 양서류 인간을 마치 보통의 인간처럼 대한다. 젤다와 자일스는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사랑을 존중한다. 엘라이자는 양서류 인간의 흉측한 외모와는 상관없이 양서류 인간을 사랑한다. 양서류 인간을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로부터 탈출시키기 위해 자일스의 도움이 필요한 엘라이자가 자일스를 설득하는 장면에서 엘라이자가 수화로 자일스에게 말하는 대사는 관객들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가 나를 볼 때, 그가 나를 보는 방식은, 그는 내가 뭐가 부족한 지 몰라요.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지 몰라요. 그는 나를 볼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요. 그는 매일, 매번 나를 볼 때마다 행복해해요. 이제 그를 구하거나 죽게 할 수 밖에 없어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냉전을 통한 국가 간의 증오, 그리고 인종과 능력, 성별로 인한 사람들 간의 증오와 같은 세속적인 것들을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숭고한 사랑과 대비시키고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녹색과 적색의 대비를 통해서도 관객들에게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숭고한 사랑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자일스가 빨간 젤리가 그려진, 자신이 그린 그림 광고를 버나드(Stewart Arnott)에게 보여 주자, 버나드는 녹색이 미래의 색이라며 젤리의 색을 녹색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화면은 온통 녹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엘라이자는 양서류 인간과 육체적 관계를 가진 후에 빨간 머리띠를 하고, 빨간 옷을 입고, 빨간 구두를 신고 등장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녹색 바탕에 사랑의 색인 적색은 바로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사랑은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플레밍(David Hewlett)이 스트릭랜드에게 새로 구입한 녹색의 캐딜락이 멋지다라고 하자, 스트릭랜드가 굳이 녹청색이라고 강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종 차별주의자이자 성차별주의자인 스트릭랜드의 비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은근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1960년대의 음악과 영화에 대한 향수가 가득한 영화이다. 사실 미국에서 1960년대는 냉전, 인종, 성별 등으로 인한 증오가 가득한 시대였지만, 음악과 영화 등의 대중문화에서는 사랑과 낭만이 넘치던 시대였다. 당시 음악과 영화가 접목된 뮤지컬 영화가 인기를 끌었었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엘라이자의 집은 영화관의 2층에 있다.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은 음악을 통해 교감한다. 엘라이자가 양서류 인간과의 이별을 앞두고 자신이 양서류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이 뮤지컬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화려한 무대 위에서 엘라이자가 직접 노래를 부르며 양서류 인간과 춤을 추는 흑백 장면이 등장하는데,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판타지 영화인 만큼,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보고 나면 두 가지 판타지적인 의문점과 마주치게 된다. 첫번째 의문점은 엘라이자의 정체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영화의 초반부에서 관객들에게 엘라이자의 목에 있는 세 줄의 흉터를 보여 준다. 엘라이자는 스트릭랜드에게 어릴 적부터 있던 흉터라고 말한다. 스트릭랜드가 엘라이자에게 고아였냐고 묻자, 젤다가 엘라이자는 강의 물에서 발견되었다고 대신 대답해 준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양서류 인간과 물에 빠진 엘라이자의 목에 있는 세 줄의 흉터가 아가미로 변한다. 엘라이자는 지금까지 인간 세상에서 살아 왔지만, 원래는 양서류 인간과 같은 종류의 생명체인가? 엘라이자도 양서류 인간과 같은 생명체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면, 엘라이자와 양서류 인간의 사랑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두번째 의문점은 바로 양서류 인간의 정체다. 스트릭랜드는 호이트 장군(Nick Searcy)에게 미개한 아마존 원주민들이 양서류 인간을 마치 신처럼 숭배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양서류 인간은 진짜 신인 것처럼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데, 자일스의 대머리에 머리카락이 자라게 만들고, 자일스의 팔에 난 상처를 씻은듯이 낫게 해 준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보면 양서류 인간과 관련된 이야기나 장면들 중에서 예수를 연상시키는 것들이 많다. 양서류 인간이 스트릭랜드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면은 예수가 고문을 당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엘라이자는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삶은 달걀을 이용하여 양서류 인간과 교감하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스트릭랜드가 쏜 총알을 맞고 쓰러진 양서류 인간은 부활하여 스트릭랜드를 처단한다.

양서류 인간과 예수와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면, 양서류 인간은 엘라이자와 자일스, 젤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사랑을 전파하고 이들을 구원해 준 메시아로, 그리고 엘라이자의 양서류 인간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 사랑으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포함하여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등 1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의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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