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Big, 1988)

영화 2017. 2. 2. 19:22

가족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간 13살의 어린 조시(David Moscow)는 놀이기구를 타려다가 작은 키 때문에 거부 당한다. 조시는 소원을 비는 기계에 동전을 넣고 자신이 컸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빈다. 다음날 아침 30대의 어른으로 변한 조시(Tom Hanks)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 배스킨 부인(Mercedes Ruehl)에 의해 집에서 쫓겨나고, 자신을 알아봐 준 친구 빌리(Jared Rushton)의 도움으로 뉴욕시의 한 싸구려 호텔에서 지내게 된다. 소원을 비는 기계를 찾을 때까지 뉴욕시에서 생활하기 위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완구 회사에 취직한 조시는 아이의 감각으로 인기 장난감들을 만들어 내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회사 동료인 수잔(Elizabeth Perkins)과 사랑도 나눈다.

난 '빅'을 영화관에 개봉했을 때 보았는데, '빅'을 볼 당시에는 조시 역의 톰 행크스가 지금처럼 대배우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톰 행크스가 '빅'에서 연기를 못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톰 행크스는 몸만 어른이고 생각과 행동은 여전히 아이인 조시 역에 최고의 캐스팅이었고, 톰 행크스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줬다 - 조시가 빌리와 장난을 치거나 차도를 뛰어가는 장면들을 보면, 톰 행크스는 아이들의 행동 방식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곱상한 얼굴을 가진 톰 행크스의 외모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당시 톰 행크스가 출연한 영화들도 거의 모두가 코미디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들뿐이었다. 하지만 톰 행크스는 '필라델피아 (Philadelphia, 1993)'와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여 지금은 연기력을 인정받은 대배우가 되었다.

'빅'은 13살의 아이에서 30대의 어른으로 변한 조시가 어른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생활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통해, 순수한 조시의 관점에서 추악한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거나, 순수하지 못한 어른들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빅'은 어른으로 변한 어린 조시가 어른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생활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판타지 코미디 영화이며, 관객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재미있게 보면 되는 영화이다. 하지만 '빅'은 조시를 통해 아이와 어른의 어쩔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아주 재미있게 보여 주는 영화이다. 조시는 '빅'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단지 몸만 어른 몸으로 커진 것일 뿐,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생각과 행동은 아이나 다름없다. 조시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자, 수잔의 동료이자 연인인 시니컬한 폴(John Heard)은 조시를 시기한다. 이런 폴에 비해 조시는 마냥 천진난만하다.

'빅'이 조시를 통해 아이와 어른의 어쩔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보여 주는 재미있는 장면들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조시가 수잔을 자신의 아파트로 초대하는 장면이다. 수잔이 아파트의 문을 열고 있는 조시에게 말한다. "우리가 벌써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물론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과 같이 밤을 보내고 싶긴 하지만."

그러자 조시가 말한다. "자고 갈 거란 말인가요? ...좋아요, 하지만 내가 위에서 잘 거예요."

수잔은 섹스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조시는 이층 침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와 어른의 생각과 행동이 서로 다르긴 해도,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어른스럽게 보일 때도 있고, 어른의 생각과 행동이 철없어 보일 때도 있다. 조시를 시기하는 폴은 패들볼을 치자고 조시를 밖으로 불러낸다. 패들볼을 치다가 결국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진다. 폴은 조시로부터 공을 뺏기 위해 어린 아이처럼 조시에게 달려들고, 결국 조시와 싸움질까지 한다. 순수한 조시에게 마음을 빼앗긴 수잔은 자신의 집에 있던 폴의 물건들을 폴에게 되돌려 주고, 자신의 집 열쇠를 돌려 달라고 말한다. 폴이 배스킨이 뭐가 그렇게 특별하냐고 묻자 수잔이 대답한다. "그는 어른스러워."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어른스럽게 보일 때도 있고, 어른의 생각과 행동이 철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이이고, 어른은 어른인 것이다. 어른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생활에 적응도 하고, 수잔과 사랑도 나누기도 했지만, 조시는 가족들과 13살의 조시가 그리워진다. 빌리의 도움으로 소원을 비는 기계를 찾은 조시는 결국 13살의 조시로 되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조시의 정체를 알게 된 수잔은 조시와의 이별이 아쉽지만, 같이 가자는 - 즉,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 조시의 제안을 과거에 한번 겪은 걸로 충분하다며 거절한다.

'빅'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조시와, 조시가 취직한 완구 회사의 사장인 맥밀란(Robert Loggia)이 거대한 피아노 건반 위에서 'Heart and Soul'과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생각과 행동이 엄연히 서로 다른 아이와 어른이 멋진 하모니를 보여 줬기 때문일 것이다.

게리 로스와 함께 '빅'의 각본을 쓴 앤 스필버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친누나다. 로버트 그린훗과 함께 '빅'의 제작을 담당한 제임스 L. 브룩스는 '애정의 조건 (Terms of Endearment, 1983)'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빅'을 연출한 여성 영화감독 페니 마샬 감독은 4년 뒤에 다시 한번 톰 행크스와 함께 '그들만의 리그 (A League of Their Own, 1992)'를 만든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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