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Rita Hayworth and Shawshank Redemption)'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까지 한 '쇼생크 탈출'은 개봉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숨겨진 심오한 내용들을 찾아내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하여 뒤늦게 주목을 받은 영화이다. '쇼생크 탈출'은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998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AFI's 100 Years...100 Movies)"에는 순위에도 들지 못했으나, 2007년에 새로이 선정한 10주년 기념판에서는 72위를 차지하였다.

'쇼생크 탈출'은 영화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주목을 받은 것처럼 영화의 이야기도 굉장히 차분하게 전개되면서도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다. 여기에는 레드(Morgan Freeman) 역의 모건 프리먼의 차분하고 흡입력 있는 목소리의 내레이션도 한몫한다. '쇼생크 탈출'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젊고 유능한 은행 간부였으나, 부정한 아내(Renee Blaine)와 아내의 정부(Scott Mann)를 살해한 혐의로 두 번의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 감옥에 온 앤디 듀프레인(Tim Robbins)이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 감옥에서 복역 중인 레드의 시점과 내레이션으로 전개된다. '쇼생크 탈출'은 레드를 통하여 "말하고 걷는 것이 쇼생크 감옥의 여느 죄수들과는 달라 보이는" 앤디 듀프레인을 주의깊게 들여다본다.

'쇼생크 탈출'은 희망에 관한 영화이다. '쇼생크 탈출'은 희망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사려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쇼생크 탈출'의 이야기의 주인공인 앤디는 희망이 없는 쇼생크 감옥의 죄수들에게,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희망을 전해 주는 전도사이다. 자신이 공들인 제자이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줄 수 있었던 토미(Gil Bellows)의 죽음으로 쇼생크 감옥에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앤디가 쇼생크 감옥을 탈출하기 전에 레드에게 말한다. "결국 단순한 선택의 문제죠. 바쁘게 살던가, 바쁘게 죽던가."

앤디는 쇼생크 감옥에서 아무런 희망 없이 "바쁘게 죽어가는" 다른 죄수들과는 달리 희망을 잃지 않고 "바쁘게 살아간다". 앤디는 은행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교도소장(Bob Gunton)과 교도관들의 돈 관리를 해줌으로써 교도소장과 교도관들의 신임을 얻는다. 쇼생크 감옥의 도서관 사서가 된 앤디는 도서관을 새롭게 꾸미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의회에 일주일마다 한 통의 편지를 보내고, 결국 6년만에 주의회로부터 짧은 답장을 받아낸다. 이때부터 앤디는 일주일마다 두 통의 편지를 주의회에 보내고, 결국 주의회로부터 도서관을 새롭게 꾸밀 충분한 기금을 받아낸다. 앤디는 번호판 공장의 지붕을 재포장하는 일에 차출된 죄수들에게 잠깐이나마 자유를 느끼게 해주고 - "우리는 어깨에 햇빛을 받으며 마치 자유인처럼 앉아 마셨다. 마치 우리집 지붕에 타르를 칠하고 있는 것 같았다." - , 6년만에 주의회로부터 답장을 받은 날에는 쇼생크 감옥의 모든 죄수들에게도 자유를 느끼게 해준다 -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으며,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쇼생크 감옥의 모두가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유를 느꼈다."

앤디는 쇼생크 감옥에서 강간을 당하고 폭행을 당해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지켜 나간다. 그리고 희망 없는 쇼생크 감옥을 바꾸어 나간다. 반면 50년을 쇼생크 감옥에 안주하며 쇼생크 감옥에 길들여져 살아온 브룩스 하틀렌(James Whitmore)은 가석방이 되어 자유를 얻었지만, 희망이 없는 브룩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마저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40년을 브룩스처럼 쇼생크 감옥에 길들여져 살아온 레드는 앤디에게 쇼생크 감옥에서 희망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레드는 앤디가 쇼생크 감옥을 탈출한 후에야 깨닫는다. 앤디는 결코 쇼생크 감옥에 갇혀 살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리고 희망이 없는 곳은 공허함뿐이라는 것을. "새장 안에 갇혀선 살 수 없는 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새들의 깃털은 너무나 찬란하다. 그 새들을 가둔 건 죄악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그 새들이 날아갈 때 기뻐한다. 하지만 그 새들이 떠난 곳은 단조로움과 공허함뿐이다."

'쇼생크 탈출'의 원제목은 "쇼생크 구원"이다. 원제목에서의 "redemption"은 "구원"을 뜻한다. 레드는 물론이고 쇼생크 감옥의 죄수들은 앤디에게서 희망이라는 구원을 받았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 '쇼생크 탈출'이라고 번역이 된 듯한 한국 제목과는 달리 영화의 이야기는 앤디의 쇼생크 탈출을 긴장감 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 오히려 레드의 내레이션으로 아주 담담하게 처리되었다. 앤디가 쇼생크 감옥에서 강간을 당하고 폭행을 당하는 장면도 자극적이지 않게, 아주 담담하게 처리되었는데, 그 이유는 '쇼생크 탈출'이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긴 하지만 삶에 대한 사려 깊은 성찰을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담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이야기 속에서 교도소장 워든 노튼과 악질 교도관 하들리(Clancy Brown)에 대한 앤디의 복수극은 관객들에게 꽤 큰 통쾌감을 안겨 준다.

'쇼생크 탈출'은 적어도 두 번은 보아야지 영화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내용의 깊이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재미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워든 노튼 소장이 앤디의 방을 수색하는 장면이 있다. 처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 장면을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이미 영화를 보고서 앤디가 가지고 있던 성경책과 벽에 걸린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의 비밀을 아는 관객들은 처음 영화를 볼 때 느낄 수 없었던 긴장감을 이 장면에서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점이 '쇼생크 탈출'이 영화를 한번밖에 볼 수 없는 영화관에 개봉했을 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이다.

앤디가 레드에게 말하는 "바쁘게 살든가, 바쁘게 죽든가"는 참 멋진 대사이다. 앤디는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관객들은 앤디를 통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고, 어떠한 어려움도 잘 견뎌내야 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고 자신의 가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기회는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쇼생크 탈출'은 앤디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당신은 현재 모습에 안주하고, 현재 살고 있는 사회와 상황에 길들여져, 그 속에서 "바쁘게 죽어가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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