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포드는 할리우드 영화사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수많은 영화들에 주연, 조연으로 출연한 그야말로 대배우다. '청춘낙서 (American Graffiti, 1973)', '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 1974)',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그리고 스타 워즈 오리지널 3부작 - '스타 워즈 (Star Wars, 1977)', '스타 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Star Wars: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스타 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Star Wars: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 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3부작 -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 1981)', '인디아나 존스 - 마궁의 사원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정말 화려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들 중에서 피터 위어 감독의 '위트니스'를 가장 좋아한다.

피터 위어 감독은 '위트니스' 외에도 '행잉록에서의 소풍 (Picnic at Hanging Rock, 1975)', '가장 위험한 해 (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 1983)',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 등을 연출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아미쉬(Amish) 교도인 8살의 소년 사무엘(Lukas Haas)은 미망인인 엄마 레이첼(Kelly McGillis)과 볼티모어로 여행을 가는 도중에 필라델피아의 역 화장실에서 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필라델피아 경찰 존 북(Harrison Ford)은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사무엘과 함께 범인을 찾던 중, 사무엘이 마약 수사관 멕피(Danny Glover)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멕피가 범인이라고 경찰서장 쉐퍼(Josef Sommer)에게 보고를 한 존은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멕피의 총격을 받고 총상을 입는다. 쉐퍼도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존은 사무엘과 레이첼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데리고 이들의 고향인 아미쉬 마을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목격자"라는 뜻의 '위트니스'는 영화의 제목이나, 존이 사무엘과 레이첼을 데리고 아미쉬 마을로 들어가 몸을 숨기는 영화 초반부의 이야기로만 미루어 보면,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 영화로 보인다. 하지만 '위트니스'는 범죄 스릴러 영화라기보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아름다운 멜로 영화에 더 가깝다. 레이첼의 극진한 간호로 구사일생한 존은 레이첼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도시에서 온 존과 현대 문명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아미쉬 교도인 레이첼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아미쉬 또는 암만파는 17세기 말에 스위스 목사 야코프 암만(Jakob Ammann)이 창시한 개신교 종파로, 아미쉬 교도들은 18세기 초에 미국 동부 펜실베니아로 이주하기 시작하였으며, 오늘날에는 20만 명이 넘는 아미쉬 교도들이 펜실베니아 외에도 오하이오, 인디애나, 아이오와, 일리노이, 캔자스 등지에 거주하고 있다. 아미쉬 교도들은 '위트니스'에서도 나오지만, 오늘날에도 단추가 없는 간소한 옷을 입으며, 전기, 전화, 자동차 등 현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트니스'에서 존과 레이첼의 사랑은 결코 통속적이지 않다. 몸을 씼고 있던 레이첼에게서 미묘한 감정을 느꼈던 존은 다음날 아침 레이첼에게 말한다. "어젯밤 우리가 사랑을 나누었다면 내가 남거나 당신이 떠나야 했을 것이오."

존과 레이첼은 서로를 원하지만 서로에게 강요는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각자 살고 있는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해 준다. '위트니스'에서 아미쉬 마을을 배경으로 한 두 사람의 사랑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아미쉬 마을이 살인과 부패로 얼룩진 도시와 대조를 이루면서 더욱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위트니스'에서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인 두 장면이 있다. 아미쉬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한 신혼 부부를 위해 헛간을 지어주는 장면과, 존을 뒤쫓아 아미쉬 마을에까지 나타난 쉐퍼에게 인질로 잡힌 레이첼과 할아버지 엘리(Jan Rubes)를 본 사무엘이 다급하게 종을 치자, 종소리를 들은 아미쉬 마을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사무엘의 집으로 달려오는 장면이다. 이 두 장면은 인간미가 넘치는 감동적인 장면들이다. 사실 '위트니스'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영화의 주제가 이 두 장면에 담겨져 있다. '위트니스'가 범죄 스릴러 영화의 형식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일단 관객들의 이목을 끌어 결국에는 관객들에게 이 두 장면을 보여 주기 위해서이다.

'위트니스'에서 무명 시절의 비고 모텐슨을 볼 수 있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 3부작 -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 (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 (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2002)',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2003)' - 으로 유명한 비고 모텐슨은 '위트니스'에서 알렉산더 고두노프가 연기하는 다니엘 호흐라이트너(Alexander Godunov)의 동생 모지즈 호흐라이트너(Viggo Mortensen)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위트니스'는 5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8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각본상과 편집상의 2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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