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은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Mr. Smith Goes to Washington, 1939)'와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 1946)'의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작품으로, 스크루볼 코미디(Screwball Comedy) 영화의 대표작이자 효시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영화이다. 스크루볼 코미디는 1930년대에 유행한 코미디의 한 장르로서, 선을 긋듯이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려우나 약간은 터무니 없는 상황 설정에 익살맞은 대사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건들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또는 경제적 신분이나 가치관이 서로 다른,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이야기는 스크루볼 코미디의 주요 소재이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역시, 막 해고 당한 능갈친 신문 기자 피터(Clark Gable)와, 막 가출한 철딱서니 없는 대부호의 딸 엘리(Claudette Colbert)가 우연히 만나, 우여곡절 끝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영화의 이야기와, 영화 전반에 걸쳐 난무하는 익살맞은 대사들이 스크루볼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은 신분이 다른 두 남녀의 좌충 우돌 사랑 이야기에, 영화 전반에 걸쳐 은연 중에 보여 주고 있는 프랭크 카프라 감독 특유의 이상주의, 낙관주의가 묻어나오는 장면들 - 예를 들어 상류계층의 자만과 특권 의식을 조롱하는 그 유명한 엘리의 히치하이커 장면과, 순박한 보통 사람들의 여유를 보여 주는 버스 안 승객들이 노래하는 장면과, 그 당시에는 화면에 담을 수 없었던 남녀 간의 직접적인 애정 표현을 피터가 설치하는 "여리고의 벽(Walls of Jericho)"을 통해 조성되는 피터와 엘리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으로 대신하는 장면들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서 여리고의 벽은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 맞닥뜨린 견고한 요새를 말한다. 영화에서 피터는 엘리에게 자기는 사심이 없음을 확신시키기 위해 둘의 침대 사이를 가르는 줄에 건 담요를 견고한 "여리고의 벽"에 비유한다. 성경에서는 무너뜨리기 불가능해 보였던 "여리고의 벽"은 7일 후 나팔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라고 되어 있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나팔 소리와 함께 피터의 "여리고의 벽"은 무너진다.

이외에도 재미있고 유명한 장면들 - 예를 들어 피터와 엘리가 부부인 척 하여 형사들을 따돌리는 장면, 피터가 엘리를 들고 강을 건너는 장면, 엘리가 결혼식장에서 도망치는 장면 등 - 이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후에 여러 영화들, 특히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모티브가 된다. 이것이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 오늘날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시초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전이나 클래식, 명화와 같은 명작들은 시대와 공간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이런 의미에서 75년이 지난 이 영화가 아직까지도 현대의 대중들에게 어필한다거나,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나 장면들이 오늘날의 영화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왜 명화인지, 30년대에 이 영화를 만든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감각이 얼마나 탁월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은 아카데미상 주요 5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을 수상한 최초의 영화이다. 지금까지도 아카데미상 주요 5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을 포함하여 총 3편 밖에 되지 않는다 - 나머지 두 편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와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이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에서 놓치지 않고 보아야 할 또 하나는 두 남녀 배우 클라크 게이블과 클로데트 콜베르의 연기이다. 스크루볼 코미디에서 남녀의 성대결은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이 없이 이루어질 때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두 배우는 튀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은 최대한 살리는 명연기를 보여 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근을 먹으면서 쉼없이 말을 빨리 하는 클라크 게이블의 연기는 후에 미국의 유명한 만화 캐릭터인 벅스 버니(Bugs Bunny) 탄생의 모티브가 되었다.

나팔 소리와 함께 무너지는 여리고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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