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의 아름다운 산정에 위치한 오버룩 호텔은 5월 15일부터 10월 30일까지 운영되고, 폭설로 인해 고립되는 겨울철에는 고용된 관리인만 폐쇄된 호텔에 남아 5월까지 호텔을 관리한다.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려는 전직 교사 잭 토랜스(Jack Nicholson)는 오버룩 호텔의 겨울철 관리인이 되기 위해 오버룩 호텔의 총지배인 울맨(Barry Nelson)과 인터뷰를 한다. 호텔이 폐쇄되는 날 잭은 아내 웬디(Shelley Duvall)와 어린 아들 대니(Danny Lloyd)를 데리고 호텔에 도착한다. 잭과 웬디, 대니, 세 명만 폐쇄된 호텔에 남은 지 한 달 뒤, 말을 하지 않아도 소통을 하고 과거에 일어난 일들이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보는, "샤이닝"이라는 영적인 능력을 지닌 대니는 호텔에서 일어났었던 끔찍한 사건과 연관된 이미지들을 보고 공포에 떨게 되고, 잭은 캐빈 피버(cabin fever) - 폐쇄된 곳이나 좁은 실내에서 장기간 체류해 생기는 정서 불안 - 로 환영에 시달리면서 점점 미쳐 간다. 결국 완전히 미쳐 버린 잭은 도끼를 들고 웬디와 대니를 죽이려 한다.

'샤이닝'은 스티븐 킹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공포 영화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원작을 자신의 방식대로 수정하여 원작과는 다른 '샤이닝'을 만들었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스티븐 킹은 원작에 충실한 TV 미니시리즈를 만들었으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다른 영화들이 그랬듯, 영화가 나온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이후 영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지금은 공포 영화의 고전으로 평가 받고 있다.

'샤이닝'은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완벽주의자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 특유의 다양한 영상 기법들을 활용하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미 '샤이닝' 이전의 영화들, 특히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와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에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상 기법들을 보여 준 바 있다. '샤이닝'의 가장 특징적인 영상 기법은 동영상을 촬영할 때 카메라의 흔들림을 감소시켜 주는 촬영 장비인 스테디캠(steadicam)의 활용이다. 스테디캠은 이미 '샤이닝' 이전의 다른 영화들 - '바운드 포 글로리 (Bound for Glory, 1976)', '마라톤맨 (Marathon Man, 1976)', '록키 (Rocky, 1976)' - 에서 사용되기는 했지만, 스테디캠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영화가 '샤이닝'이다. 호텔에서 자전거를 타는 대니의 뒤를 따라가는 장면은 유명하다. 마치 누군가가 대니의 뒤를 따라가는 듯한 효과를 주어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울타리 미로 안에서 잭의 추격을 받는 대니의 뒤를 따라가는 장면도 관객들에게 공포감과 긴장감을 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공간을 활용하여 촬영한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도 캐빈 피버의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잭의 공간인 호텔의 라운지와 무도회장의 지나치게 넓은 공간은 상대적으로 잭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관객들에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또한 자전거를 탄 대니 너머로 그래디의 두 딸(Lisa Burns, Louise Burns)이 복도 끝에 서 있는 장면에서는 복도의 좁은 공간이 주는 압박감으로 인해 대니가 느끼는 공포를 관객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하지만 '샤이닝'은 단순히 스탠리 큐브릭 감독 특유의 다양한 영상 기법만으로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공포 영화가 아니다. '샤이닝'은 다른 공포 영화들처럼 단순히 보여 주는 공포로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공포 영화가 아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또한 관객들에게 단순히 보여 주는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 아니다. 보여 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나 '시계태엽 오렌지'와 같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들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샤이닝'에서 대니가 보는 섬뜩한 이미지들 - 엘리베이터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나, 그래디의 두 딸이 살해된 장면 - 이나, 잭이 도끼를 들고 웬디와 대니를 죽이려 하는 장면들로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주기도 하지만, '샤이닝'이 주는 진짜 공포는 심오하고, 그래서 더 무섭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실제와 다르다거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다면? 우리의 눈과 우리의 인식은 얼마나 정확하고 또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샤이닝'에서는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잘못 보고 있는 것의 실체를 거울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보여 준다. 공포로 완전히 넋이 나간 대니는 "REDRUM (레드럼)"이라는 알 수 없는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고, 빨간 립스틱으로 문에다 그 단어를 쓴다. 웬디는 거울에 비친 단어를 보고 그 단어의 실체를 확인한다. "MURDER (살인)"

문제의 방인 237호실로 들어간 잭은 나체의 젊은 여자(Lia Beldam)에게 이끌려 그녀와 키스를 한다. 하지만 잭은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실체가 흉측한 모습을 한 늙은 여자(Billie Gibson)라는 것을 확인하고 기겁을 한다. 잭이 환영을 보는 장면들을 자세히 보면 잭은 마치 거울을 통해 환영을 보는 듯 잭의 주변에 항상 거울이 있다. 바텐더 로이드(Joe Turkel)를 만날 때도, 나체의 젊은 여자를 볼 때도, 화장실에서 웨이터 그래디(Philip Stone)와 대화를 나눌 때도 잭의 주변에 거울이 있다. '샤이닝'에서 거울이 실체를 보여 주는 도구라고 간주했을 때, 그럼 거울에 비친 로이드와 나체의 젊은 여자, 그래디는 잭의 환영이 아닌 실재하는 사람들인가? - 로이드와 나체의 젊은 여자, 그래디가 단순히 잭의 환영이라고 한다면, 그래디가 저장실에 갇혀 있는 잭을 위해 저장실의 문을 열어 주는 장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샤이닝'이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 보여 주는 호텔의 벽에 걸린 사진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 준다. 1921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오버룩 호텔에서 열린 무도회에서 찍은 사진 속에 잭의 모습이 보인다. 도대체 잭의 실체는 무엇인가? 로이드와 나체의 젊은 여자, 그래디가 잭의 환영 - 물론 로이드와 나체의 젊은 여자, 그래디가 실재하는 사람들이 아닌 잭의 환영이라고 전제했을 때 - 이듯, 잭은 웬디와 대니의 환영인가? 관객들도 영화 내내 잭을 환영으로 본 것인가?

'샤이닝'을 자세히 보면 잭도 로이드와 나체의 젊은 여자, 그래디와 같은 존재 - 환영이든 실재하는 사람이든 - 일 지도 모른다는 암시들이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다. 잭이 호텔에서 생활하게 된 이후부터 거울에 비친 잭을 보여 주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호텔에서 생활하게 된 잭을 보여 주는 첫 장면은 아예 거울을 통해서이다. 잭이 거울을 통해 로이드와 나체의 젊은 여자, 그래디를 보듯, 관객들은 거울을 통해 잭을 본다. 또한 아침 식사를 가지고 온 웬디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조금 무서웠다고 말하자 잭이 말한다. "난 금방 이곳이 마음에 들었어. 내가 인터뷰를 하러 이곳에 왔을 때 전에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 누구나 기시감을 경험하긴 하지만, 어처구니가 없었어. 마치 호텔 구석구석을 다 알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

그래디는 자신에게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그 관리인이 당신이지 않느냐고 묻는 잭에게 말한다. "죄송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관리인은 당신이죠. 항상 당신이 관리인이었습니다. 제가 잘 알죠. 전 늘 이곳에 있었거든요."

"Here's Johnny!"

(조니가 왔어요!)

 

'샤이닝'의 이야기에서 로이드와 나체의 젊은 여자, 그래디, 그리고 잭의 모호한 실체뿐만이 아니라 모호한 부분이 또 있다. 울맨은 잭과의 인터뷰에서 1970년에 캐빈 피버로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관리인의 이름이 찰스 그래디라고 말했었는데, 잭이 그 관리인이라고 생각한 웨이터의 이름은 델버트 그래디이다. 찰스 그래디와 델버트 그래디는 동일 인물인가, 아니면 울맨이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까? 또한 울맨은 그래디의 두 딸이 8살과 10살이라고 말했었는데, 대니가 보는 이미지의 두 자매는 쌍둥이이다. 이것도 울맨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단지 쌍둥이로 보이는 것일 뿐일까? 그렇다면 '샤이닝'이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 관객들에게 보여 주는 호텔의 벽에 걸린 사진 속의 인물을 확실히 잭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웬디는 처음에는 대니가 보는 이미지나 잭이 보는 환영 같은 것들을 보지 못했지만, 공포에 질린 채 대니를 찾으러 호텔을 뛰어 다니는 시점에서 이상한 것들을 보기 시작한다. 웬디가 보는 것들은 공포에 질린 웬디의 환영인가, 아니면 단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는 것일 뿐일까?

'샤이닝'에서 유명한 잭의 대사 "Here's Johnny!"는 그 유명한 조니 카슨(Johnny Carson)이 1962년부터 1992년까지 30년 동안 진행한 텔레비전 토크 쇼 '투나잇 쇼 (The Tonight Show Starring Johnny Carson)'에서 조니 카슨이 무대에 등장할 때 사용한 캐치프레이즈이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에 열리는 골든 래즈베리 시상식(Golden Raspberry Awards)은 최악의 영화들을 선정하여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감독상, 최악의 남우주연상, 최악의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한다. 골든 래즈베리 시상식은 1981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첫 골든 래즈베리 시상식에서 '샤이닝'은 2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최악의 감독상 후보에, 웬디 역의 셸리 듀발이 최악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만큼 '샤이닝'은 영화가 나온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샤이닝'의 모호한 이야기로 인해 관객들이 영화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샤이닝'의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이야기 속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를 통해 '샤이닝'은 우리의 눈과 인식의 불확실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옆에 아무것도 보이진 않지만 무엇인가 - 그것이 귀신이든 유령이든 또 다른 무엇이든 - 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고 생각해 보라.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보라. '샤이닝'은 가만히 생각하면 할수록 무서워지는 진짜 무서운 공포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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