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밤'을 연출한 찰스 로튼 감독은 영화배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바운티호의 반란 (Mutiny on the Bounty, 1935)'과 '정부 (Witness for the Prosecution, 1958)'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헨리 8세 (The Private Life of Henry VIII, 1933)'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사냥꾼의 밤'은 그의 영화감독 데뷔작이자, 유일한 연출작이다. 찰스 로튼 감독은 '사냥꾼의 밤'의 엄청난 흥행 실패와 혹평으로 더이상 영화감독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사냥꾼의 밤'은 이후 영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지금은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사냥꾼의 밤'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안타깝게도 영화감독의 재능이 있어 보이는 찰스 로튼 감독을 더이상 영화감독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저주 받은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해리 파웰(Robert Mitchum)은 형무소에서 알게 된 사형수 벤 하퍼(Peter Graves)로부터 벤이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에 은행에서 훔친 돈 10,000달러를 두 어린 자식들에게 숨겨 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출소하자마자 전도사 행세를 하면서 벤의 유족이 사는 마을에 나타난다. 벤의 유족에게 접근한 해리는 벤의 아내 윌라 하퍼(Shelley Winters)와 결혼한 다음 우선 그녀를 죽이고, 이어서 벤의 아들 존 하퍼(Billy Chapin)와, 딸 펄 하퍼(Sally Jane Bruce)에게 돈의 행방을 묻는다. 존과 펄은 해리의 마수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탈출하여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내려간다. 해리는 존과 펄의 뒤를 쫓는다.

'사냥꾼의 밤'은 60년이 지난 영화이지만 지금 보아도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이다 - 찰스 로튼 감독이 영화배우로서 출연하는 영화들 중에서 '바운티호의 반란'과 '스팔타커스 (Spartacus, 1960)', 단 두 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이 두 영화에서 연기한 캐릭터 때문인지, 괴팍해 보이는 찰스 로튼 감독의 외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찰스 로튼 감독도 조금은 기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냥꾼의 밤'은 장르 구분도 모호한 영화이다. 필름 누아르(film noir) 같기는 한데, 스릴러와 공포 영화의 분위기도 풍기고, 영화 중간 중간에 웃음을 주는 코미디 영화의 요소도 보인다. 기괴하거나 몽환적인 영상들로 인해 판타지 영화의 분위기도 풍기는데, 여기에 '사냥꾼의 밤'의 이야기가 주로 존과 펄, 두 아이의 시점에서 전개되고 있어 동화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사냥꾼의 밤'도 마치 관객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시작되는데,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노파인 레이첼 쿠퍼(Lillian Gish) 부인이 아이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요즘 관객들은 동화를 어른의 시점에서 각색한 괴상한 영화들 -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 '헨젤과 그레텔 : 마녀사냥꾼 (Hansel and Gretel: Witch Hunters, 2013)' - 을 접하기도 하지만, '사냥꾼의 밤'이 나온 당시의 관객들에게는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장르 구분마저 모호한 '사냥꾼의 밤'은 너무나 생소한 영화였을 것이다.

'사냥꾼의 밤'은 존과 펄, 두 아이의 시점에서 보면 정말 공포스러운 영화이다. '사냥꾼의 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아이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다. 아빠의 체포와 죽음으로 가뜩이나 충격을 받은 아이들 앞에 갑자기 낯선 남자가 나타나 아빠가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에게 숨겨 놓은 돈의 행방을 묻는다. 존은 전도사 행세를 하는 해리를 의심하지만 엄마는 해리에게 속아 해리와 결혼까지 한다. 해리는 엄마를 죽이고, 아이들까지 위협한다. '사냥꾼의 밤'에서 존과 펄이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내려가는 도중에 잠깐 들른 헛간에서 잠을 깬 존이 저 멀리 말을 탄 해리의 실루엣을 보는 장면은 유명하다. 존이 말한다. "저 자는 잠도 안 자나?"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냥꾼의 밤'에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다.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해리의 그림자가 존과 펄의 침실 벽에 드리우는 장면은 무시무시하다.

해리가 윌라를 죽이는 장면도 기괴하면서 공포스럽다. 기괴하게 생긴 침실에서 해리가 머리를 삐딱하게 젖히고 한손을 든 채, 윌라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서 있는 장면은 정말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바닥에 처박힌 해리의 차에 묶여 있는 윌라의 시체를 보여 주는 장면도 기괴하다. 물 속의 갈대와 윌라의 머리카락이 강류에 의해 너울거린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흐르는 몽환적인 배경 음악은 기괴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해리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장총을 들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쿠퍼 부인의 실루엣을 보여 주는 장면도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쿠퍼 부인 역의 릴리언 기쉬는 무성 영화 시대부터 활동한 배우로, D. W. 그리피스 감독의 무성 영화 대작 '인톨러런스 (Intolerance, 1916)'에서 요람을 흔드는 여인(Lillian Gish)이 바로 릴리언 기쉬다.

'사냥꾼의 밤'에서 로버트 미첨이 연기하는 해리는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악당 캐릭터 중 하나다. 특히 해리의 양손 손가락 마디에 새겨져 있는 문신은 유명하다. 한 손의 손가락 마디에는 "HATE(증오)"이라는 글씨가, 다른 손 손가락 마디에는 "LOVE(사랑)"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해리는 깍지를 끼고 마치 전도사가 설교를 하듯 "오른손과 왼손에 관한 작은 이야기,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사냥꾼의 밤'은 선과 악의 대결을 다룬 이야기의 영화다. 이를 대표하는 장면이 어두운 밤에 아이들을 빼앗아 가려는 해리와, 아이들을 지키려는 쿠퍼 부인이 대치한 장면이다. 해리가 쿠퍼 부인의 집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Leaning, leaning, ... (기대세, 기대세, ...)"

그러자 쿠퍼 부인이 해리의 노래를 맞받아 부른다. "Leaning on Jesus, leaning on Jesus, ... (예수님께 기대세, 예수님께 기대세, ...)"

'사냥꾼의 밤'이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는 출연 배우들의 외모도 한몫을 한다. 특히 해리 파웰 역의 로버트 미첨과, 존 하퍼 역과 펄 하퍼 역의 빌리 채핀과 샐리 제인 브루스의 캐스팅은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냥꾼의 밤'에 딱 맞는 최고의 캐스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로버트 미첨의 얼굴은 어떻게 보면 잘 생긴 얼굴이고 어떻게 보면 야비하게도 보이는 얼굴이다. 그리고 존과 펄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두 아이의 얼굴은 아이답지 않게 조금은 기괴하게 생긴 얼굴들이다.

'사냥꾼의 밤'은 60년이 지난 영화이지만 지금 보아도 기괴하면서도 정말 독창적인 영화이다. 프랑스의 영화 잡지 '카예 뒤 시네마 (Cahiers du Cinema)'는 2008년에 '사냥꾼의 밤'을 '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에 이은 영화 사상 최고의 영화 2위로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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