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하워드 감독은 연기자 출신의 영화감독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청춘낙서 (American Graffiti, 1973)'를 보면 젊은 시절, 배우로서의 론 하워드 감독을 볼 수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은 '대도 오토 (Grand Theft Auto, 1977)'를 연출하여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였고, 이후 '스플래시 (Splash, 1984)', '코쿤 (Cocoon, 1985)', '분노의 역류', '아폴로 13 (Apollo 13, 1995)'을 연출하면서 영화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그리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2001)'를 연출하여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이러한 영화감독으로서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론 하워드 감독은 영화를 만들 줄 아는 영화감독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 적어도 나에게는 - 영화 연출 감각은 그렇게 세련된 영화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분노의 역류'는 론 하워드 감독의 연출 감각이 그래도 돋보이는 영화이다.

'분노의 역류'에서 영화의 주인공은 순직한 아버지 - 아버지 데니스 맥카프리도 커트 러셀이 연기하고 있다 - 의 뒤를 이어 소방관이 된 두 형제, 스티븐 맥카프리(Kurt Russell)와 브라이언 맥카프리(William Baldwin)이다. 형 스티븐은 시카고 제17 소방서의 서장이고, 동생 브라이언은 이제 막 소방 학교를 졸업하고 제17 소방서에 배치된 신참 소방관이다. 형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브라이언은 독불장군인 형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형과 마찰을 빚는다.

'분노의 역류'의 마지막에 현재 미국에는 1,200,700 명이 넘는 현역 소방관들이 있다는 자막이 나오기도 하지만, '분노의 역류'는 전적으로 소방관들에 대한,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관들에게 바치는 영화이다. '분노의 역류'는 소방관을 이야기의 소재로만 사용하여 다른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분노의 역류'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소방관들의 희생과 노고를 잊지 말자는 내용 외에는 다른 특별한 내용은 없다. 제17 소방서의 소방관들은 독불장군인 스티븐을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제17 소방서에 같이 배치된 동기 팀 크리츠민스키(Jason Gedrick)에 비해 자신을 너무나 엄격하게 대하는 형에게 불만이 많은 브라이언은 형이 독불장군으로 행동하는 것은 단지 영웅이 되고 싶어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티븐은 어느 누구보다도 불을 잘 아는 진정한 소방관이다. 독불장군으로 행동하는 것은 영웅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동료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브라이언을 엄격하게 대하는 것은 동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분노의 역류'에서 스티븐은 묵묵히 소방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1,200,700 명의 현역 소방관들을, 스티븐을 이해하지 못하는 브라이언과 동료 소방관들은 소방관들의 희생과 노고를 잘 알지 못하고 있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관객들과 일반인들을 대표하고 있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론 하워드 감독은 소방관들에 대한 이야기에, 스티븐과 브라이언의 끈끈한 형제애와,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하는 화재 조사관 도널드 림게일(Robert De Niro)이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발 사고를 수사하는 스릴러 형식의 이야기를 가미하여, '분노의 역류'를 제법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영화로 만들었다. '분노의 역류'의 마지막에 죽어 가는 형의 손을 잡아 주는 브라이언을 보여주는 장면과 스티븐의 장례식 장면은 눈물이 날 만큼 꽤 감동적이다.

'분노의 역류'에서 영화의 주인공인 두 형제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는 돈 때문에 소방 인력을 감축하고 결국 소방관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시의원 마틴 스웨이잭(J.T. Walsh)도, 역류에 의한 폭발을 이용해 마틴 스웨이잭의 동업자 세 명을 살해한 동료 소방관 존 애드콕스(Scott Glenn)도 아니다. 불이다. '분노의 역류'에서 불은 마치 소방관들을 공격하는 살아 움직이는 괴물 생명체 같다. 그리고 소방관들은 불을 끄는 소방관들이라기보다는 불이라는 괴물 생명체와 싸우는 군인들 같다. 영화 초반부의 의류 공장 화재 현장에서 불과 싸우는 소방관들을 보면 마치 전쟁터에 있는 군인들처럼 행동한다.

'분노의 역류'는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후보에 오른 영화인 만큼 특수효과가 볼 만한 영화이다. 론 하워드 감독은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불을 살아 움직이는 괴물 생명체처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브라이언이 화재로 무너지는 화학 공장 건물 옥상을 아슬아슬하게 뛰어가는 장면은 '분노의 역류'가 보여주는 특수효과의 압권이다.

"Who's your brother, Brian?"

(브라이언, 누가 형이지?)

"You are, Stephen."

(너야, 스티븐.)

 

'분노의 역류'의 출연진이 정말 화려하다. 스티븐 맥카프리 역의 커트 러셀, 브라이언 맥카프리 역의 윌리엄 볼드윈, 존 애드콕스 역의 스콧 글렌, 제니퍼 베이트커스(Jennifer Jason Leigh) 역의 제니퍼 제이슨 리, 헬렌 맥카프리(Rebecca DeMornay) 역의 레베카 드모네이, 그리고 도널드 림게일 역의 로버트 드 니로와, 감옥에 수감 중인 미친 방화범 로널드 바텔(Donald Sutherland) 역의 도날드 서덜랜드가 출연하고 있다.

'분노의 역류'는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하였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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