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The Mission, 1986)

영화 2009. 4. 25. 08:04

'미션'은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하여 7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안타깝게도 아카데미 촬영상만 수상했다. 하지만 '미션'은 상으로 평가하기에는 영화 자체로 너무나 훌륭한 영화이다.

'미션'의 이야기는 1750년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브라질의 국경에서 일어난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폭포 위의 과라니족을 교화하고, 그곳에 하느님의 세상을 세우기 위해 예수회에서 파견한 한 신부의 희생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계속되는 신부의 희생으로 가브리엘 신부(Jeremy Irons)는 결국 자신이 직접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기로 결심한다.

 

음악만이 세계어에서 번역할 필요가 없다. 거기서는 혼이 혼에게 호소된다. - 아우에르바하모든

예술 중에서 순수하게 종교적인 것은 음악뿐이다. - 스탈 부인

음악은 '미션'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라니족을 교화하려던 예수회 신부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노예상들과 개척자들의 야만적인 행위에 상처받아 굳게 닫혀 있던 과라니족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한 것은 가브리엘 신부가 연주하는 오보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였다. 가브리엘 신부의 진심어린 사랑의 혼이 담긴 음악 소리가,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가진 과라니족의 혼에 전달된 것이다. '미션'의 음악을 담당한 엔니오 모리꼬네는 과라니족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혼도 울리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 영화가 주는 감동의 반 이상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감동 그 자체다.

'미션'은 영국의 종교 주간지, Church Times로부터 최고의 종교 영화로 선정된 영화인 만큼, 종교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하고 있다. '미션'은 영화의 이야기 구조상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의 이야기는 악랄한 노예상 로드리고 멘도자(Robert De Niro)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자신의 약혼녀인 카롯타(Cherie Lunghi)와 사랑에 빠진 동생 페리페(Aidan Quinn)를 죽인 죄책감으로 식음을 전폐한 채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던 로드리고 멘도자에게 가브리엘 신부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로드리고 멘도자는 가브리엘 신부의 뜻에 따라 과라니족을 도와 하느님의 세상을 세우는 데에 동참함으로서 보속을 행하기로 결심한다. 과라니족이 자신들을 그토록 괴롭혔던 노예상 로드리고 멘도자를 용서하는 장면은 '미션'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다. '미션'은 전반부의 로드리고 멘도자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종교의 의미, 특히 죄를 짓고 고통받고 있던 로드리고 멘도자를 사랑과 용서로서 바른 길로 인도하고 있는 종교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 주고 있다. 종교에서 말하는 사랑과 용서의 위대한 힘을 과라니족을 빌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서는 종교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 주고 있는데, 집단이나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나, 특히 종교가 이러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을 때는 개인과 세상의 구원이라는 종교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종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노예상으로부터 과라니족을 보호하려는 예수회 신부들과 과라니족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노예상 사이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던 터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에 체결된 마드리드 조약에 의해, 폭포 위의 영토가 스페인령에서 포르투갈령이 되고, 포르투갈은 과라니족의 영토 밖으로의 이주와 예수회의 해체를 요구한다. 교황청은 중재를 위해 알타미라노 추기경(Ray McAnally)을 파견하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두 강대국과 교황청 사이의 이해 관계와, 두 강대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알타미라노 추기경은 결국 두 강대국의 손을 들어주고, 과라니족에게는 영토 밖으로의 이주를 요구한다. 이를 거절한 과라니족은 결국 스페인과 포르투갈 연합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 로드리고 멘도자는 종교를 받아들여 구원이라는 축복을 얻게 되지만, 과라니족은 종교를 받아들인 것이 오히려 비극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I still couldn't help wondering whether these Indians would not have preferred

that the sea and wind had not brought any of us to them."

(우리 중 누구도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인디언들에겐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션'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적인 세상,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동경이다. '미션'에서 예수회 신부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폭포 위의 과라니족을 교화하고, 그곳에 하느님의 세상을 세우려는 것은, 단지 포교 활동의 의미가 아니라, 인간적인 세상, 이상적인 세상의 구현을 상징하고 있다. 폭포 위의 하느님의 세상은 죄를 지은 사람도 사랑과 용서로 받아들이는 완벽한 세상이다. '미션'에서 폭포 위의 과라니족 마을은 인간이 바라는 인간적인 세상, 이상적인 세상을, 폭포 아래의 마을은 인간의 탐욕과 편견이 판치는 인간 세상을 상징하고 있다.

로드리고 멘도자는 하느님의 세상을 지키고자 또다시 총과 칼을 들지만, 가브리엘 신부는 끝까지 종교인으로서 무력 행사를 반대한다. 하느님의 세상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하느님의 세상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서로 달랐던 가브리엘 신부와 로드리고 멘도자의 이야기를 통해, 종교가 불의에 맞서고 사랑과 정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행하는 것이 종교적인가에 대한 고찰도 하고 있다.

로드리고 멘도자와 가브리엘 신부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느님의 세상은 파괴된다. 인간의 탐욕과 편견으로 인해, 인간적인 세상, 이상적인 세상을 세우려던 예수회 신부들의 꿈은 좌절되었지만, 알타미라노 추기경이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지막 구절에는 인간적인 세상, 이상적인 세상을 향한 인간 모두의 희망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So, Your Holiness...now your priests are dead and I am left alive.

But, in truth, it is I who am dead and they who live.

For, as always, Your Holiness...the spirit of the dead will survive in the memory of the living."

(교황 성하, 이리하여 신부들은 죽고 전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진실로 죽은 건 저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 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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