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은 후에 '벤허 (Ben-Hur, 1959)'를 연출한, 할리우드가 가장 신뢰한 영화 감독 중 한 명이었던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로마의 휴일'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이다. '로마의 휴일'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답게, 좌충 우돌 해프닝 속에서 피어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신분의 차이로 결코 이룰 수 없는 이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너무나도 순수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린 영화이다.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영화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동화 같은 영화로 만들어 놓았다.

로마를 방문 중이던 앤 공주(Audrey Hepburn)는 계속되는 딱딱한 공식 행사와 빡빡한 스케줄에 지친 나머지, 밤에 몰래 왕실을 빠져 나가고, 공주가 아닌 평범한 여자의 모습으로 조 브레들리(Gregory Peck)라는 미국인 기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 여자가 앤 공주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조는 특종을 위해 앤 공주에게 로마의 명물들을 구경시켜 주고, 앤 공주가 공주이기 때문에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경험하도록 해준다. 앤 공주는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조에게 어느듯 정이 들게 되고, 조 역시 앤 공주의 순수함에 빠져들게 된다. 두 사람은 결국 자신들이 서로 사랑에 빠졌음을 알게 되지만, 너무나 큰 신분의 차이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도 안다.

'로마의 휴일'은 오드리 헵번의, 오드리 헵번에 의한, 오드리 헵번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로마의 휴일'에서의 오드리 헵번은 앤 공주 그 자체였으며, 당시 무명이었던 오드리 헵번을 대스타로 만들었다. '로마의 휴일'을 보면 그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데, 특히 머리를 짧게 자른 후의 그녀의 모습은 요정의 모습이나 다름없다. 오드리 헵번은 '로마의 휴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미국 남자 배우들 중 가장 신사적인 이미지의 그레고리 펙은 자신의 이러한 이미지를 살려,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자칫 가벼워질 수도 있는 영화를 결코 경박하지 않게, 기품있는 영화로 무게를 잡아주고 있다. 그리고 조의 친구인 사진 기사, 어빙 라도비치 역의 에디 알버트는 감초 같은 연기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동화 같은 이야기의 '로마의 휴일'의 각본을 쓴 달톤 트럼보는 매카시즘(극단적 반공주의)의 열풍이 불던 당시에 블랙 리스트에 올라, 이 때문에 자신의 이름조차 영화에 올릴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음에도 정작 상은 그의 친구, 이안 맥켈렌 헌터가 대신 가져갔다. 40년이 지난 후에야 달톤 트럼보에게 주지 못한 아카데미상이 주어졌으며, '로마의 휴일'이 나온지 50년이 지난 2003년에서야 새로 출시된 '로마의 휴일' DVD에 달톤 트럼보의 이름이 오르게 된다.

'로마의 휴일'은 로마 현지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되었는데, 동화 같은 영화의 스토리에 로마의 명물들을 통해 보여 주는 이국적 신비로움까지 더해져 '로마의 휴일'을 마법과 같은 영화로 만들어 주고 있다.

기자 회견장에서 조를 말없이 애틋하게 바라보는 앤 공주의 슬픈 표정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앤 공주와의 기자 회견이 끝나고 텅 빈 홀을 걸어나오는 조의 장면은, 이 장면 때문에 영화 전체가 주는 감동이 더하지 않았나 싶을 만큼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명장면 중에 명장면이다. 조가 홀을 한걸음씩 한걸음씩 걸어나올 때마다 조의 뒤로 보이는 텅 빈 홀이 화면에서 커져간다. 앤 공주로부터 한걸음씩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조가 느끼는 공허감을 조의 뒤에서 커져가는 텅 빈 홀이 대신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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