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몬태나주 미줄라(Missoula)의 송어가 많은 강 주변에서 사는 맥클린 가족의 두 아들 노먼 맥클린(Craig Sheffer, 어린 노먼(Joseph Gordon-Levitt))과 폴 맥클린(Brad Pitt, 어린 폴(Vann Gravage))은 제물낚시를 종교처럼 생각하는 장로 교회의 목사이자, 제물낚시꾼인 아버지 맥클린 목사(Tom Skerritt)의 독특한 교육 아래, 어려서부터 제물낚시와, 아직도 이슬을 머금은 곳이자, 그 어느 곳보다도 경이로움과 가능성에 감탄스런 몬태나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깃들어 있는 신의 질서를 배우며 자란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시카고 대학교의 영문학 교수 노먼 맥클린(Norman Maclean)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비망록 형식으로 쓴 동명의 중편 소설을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이 영화화한 영화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이야기는 노먼의 관점에서, 노먼의 내레이션과 함께 전개된다 - 하지만 내레이션의 목소리는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것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아주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좋아하는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몬태나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멋진 장면들 때문이다. 특히 아름다운 숲과 강을 배경으로 낚시줄이 날아가는 장면들은 너무나 멋지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촬영을 담당한 필립 루슬로는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하였다.

내가 '흐르는 강물처럼'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맥클린 가족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의 가족 구성원도 맥클린 가족과 같다. 나에게도 폴과 외모는 전혀 다르지만 성격이 비슷한 두 살 아래 남동생이 하나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조건 없이 서로를 위하지만, 형제간에는 서로를 위하면서도 서로에게 경쟁의식을 느끼기 마련이다. 노먼은 아침 식사 시간에 가족들에게 시카고 대학교로부터 영문학 교수직을 제안받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폴은 노먼에게 형이 자랑스럽다라고 말은 하면서도 그의 얼굴에서 노먼을 부러워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맥클린 목사와 맥클린 부인(Brenda Blethyn)은 진심으로 기뻐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노먼이 가족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한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낚시를 하러 나간 맥클린 목사와 노먼, 그리고 폴, 세 부자가 낚시를 한 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주는 짧은 장면이 나오는데, 난 이 장면이 너무나 좋다. 내가 이 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세 부자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 소중한 순간이 이 순간을 보여 주는 짧은 장면만큼이나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흐르는 강물처럼'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 장면 때문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가 아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느껴야 하는 영화이다. 맥클린 목사는 주일 오후 예배 중간의 쉬는 시간에 어린 노먼과 폴을 데리고 빅 블랙풋 강(Big Blackfoot River)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노먼과 폴에게 말한다. "아주 옛날 비가 진흙에 떨어져 바위가 되었다. 5억 년 전에. 하지만 그전에 이미 바위들 밑에는 신의 말씀이 있었지. 들어 봐라."

인간은 선천적으로 타락했지만, 우리는 신의 리듬을 배움으로서 힘과 미를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 맥클린 목사에게, 낚시줄을 네 박자 리듬에 맞춰 10시와 2시 방향 사이로 던져야 하는 제물낚시는 자연에 깃들어 있는 신의 리듬, 즉 신의 말씀을 배우기 위한 도구이다. 맥클린 가족은 제물낚시를 통해 몬태나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깃들어 있는 신의 리듬을 배우며 살아간다. 관객들은 맥클린 가족이 몬태나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신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들을 같이 느끼면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흐르는 강물처럼'에 아쉬운 점이 많은데, 물론 이미 영화감독으로서 '보통 사람들 (Ordinary People, 1980)'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전문 영화감독이 아닌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연출력의 한계도 아쉽고, 무엇보다도 노먼 맥클린과 폴 맥클린을 각각 연기한 크레이그 셰퍼와 브래드 피트의 캐스팅도 무척 아쉽다. 브래드 피트는 지금은 세계적인 대스타가 되었지만, '흐르는 강물처럼'을 찍을 당시에는 크레이그 셰퍼에 비하면 거의 신인 배우였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크레이그 셰퍼에 비해 너무나 매력적인 외모와 뛰어난 연기로 크레이그 셰퍼보다도 더 돋보이는 바람에,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연인 노먼이 조연인 폴에 묻혀 버려, 영화의 이야기의 전달력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아내인 제시 번즈(Emily Lloyd)마저 떠나보내고 이제 혼자가 된 늙은 노먼(Arnold Richardson)은 여전히 신의 리듬을 배우기 위해 빅 블랙풋 강에서 네 박자 리듬에 맞춰 낚시줄을 던진다. "...물론 훌륭한 낚시꾼이 되기에는 난 이제 너무 늙었다. 말리는 친구들도 있지만 난 아직도 혼자서 낚시를 하곤 한다. 어스름한 협곡에 홀로 있을 때면, 만물이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빅 블랙풋 강의 소리와 네 박자 리듬, 그리고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하는 것 같다. 결국에는 모든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강은 그것을 통해 흐른다(a river runs through it). 강은 대홍수로부터 생겨나 태초의 시간부터 바위 위로 흐른다. 바위들 일부는 영겁의 빗방울이다. 바위들 아래에는 말씀이 있고, 말씀의 일부는 그들의 것이다. 난 강물에 사로잡혀 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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