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뷰티'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코미디로 전개되다가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비극적 코미디 영화이다. '아메리칸 뷰티'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영화의 주인공인 레스터 버넘(Kevin Spacey)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 레스터는 일찌감치 비극적인 영화의 결말을 예고한다. "1년 내에 난 죽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1년 내에 죽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레스터는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42살의 가장이다. 가정에서는 아내 캐롤린 버넘(Annette Bening)과, 하나뿐인 딸 제인 버넘(Thora Birch)에게 인생의 낙오자로 취급 받고 있고, 직장에서는 애송이 상관 브래드(Barry Del Sherman)에게 정리해고 대상 일순위로 찍혀 있다. "난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샤워를 하면서 자위를 하는 내 모습을 봐라. 이때가 나의 하루에서 최고의 순간이며, 이 순간 이후부터는 그냥 내리막이다."

'아메리칸 뷰티'의 영화 포스터를 보면 "...자세히 보라 (...look closer)"라는 짧은 문구가 있다. '아메리칸 뷰티'는 표면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즉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게 없지만 의욕도 없고 성취감도 없고 불만으로 가득한, 불행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진짜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이다. 레스터, 캐롤린, 제인은 촛불과 장미가 놓여 있는 식탁에서 음악과 함께 우아하게 저녁 식사를 하지만, 분위기는 삭막하다. 레스터, 캐롤린, 제인은 저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 레스터는 속물로 변해 버린 아내에게 지쳐 버렸고, 남편이 무능해 보이는 캐롤린은 자신과 같은 부동산업자인 버디 케인(Peter Gallagher)과 바람을 피운다. 이런 아빠와 엄마 모두를 증오하는 제인은 옆집에 새로 이사를 온 릭키 피츠(Wes Bentley)와 교제를 시작한다. 하지만 릭키와 릭키의 가정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릭키는 해병대 출신의 완고한 아버지 피츠 대령(Chris Cooper) 몰래 마리화나를 밀매하는 마약 중독자이다.

무기력한 삶을 살던 레스터에게 큰 변화가 생긴다. 딸의 학교 친구인 안젤라 헤이스(Mena Suvari)를 본 레스터는 안젤라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안젤라로 인해 활력에 찬(?) 삶을 되찾게 된다. "정말 이상했다. 20년 동안 혼수 상태였다가 막 깨어난 것 같았다."

이때부터 레스터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정말 막가기 시작한다. 원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막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돼 보이기도 하지만 웃기기도 하다. 레스터는 캐롤린에게 큰소리치기도 하고, 릭키를 통해 구한 마리화나를 피우기도 한다. 직장도 때려치우고, 브래드를 협박해 돈까지 뜯어내고는 뜯어낸 돈으로 갖고 싶어 한 1970년형 폰티액 파이어버드도 구입한다.

하지만 레스터의 막가는 행동도 당연히 오래 가지는 못한다. 레스터가 죽게 되는 날 밤에, 시트콤에서나 볼 수 있는 오해가 생기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불만과 분노가 드디어 폭발한다. 릭키가 레스터와 함께 있는 것을 본 피츠 대령은 릭키와 레스터를 동성연애자로 오해하고 릭키를 집에서 쫓아내지만, 사실은 피츠 대령 자신이 동성연애자이다. 레스터가 누군가의 총을 맞고 죽는 장면에 이어, 마치 제인과 릭키, 안젤라, 캐롤린의 알리바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총소리와 함께 각자 다른 장소에 있는 이들을 차례대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레스터를 죽인 범인은 레스터에게 동성연애자라는 자신의 치부를 들킨 피츠 대령이지만, 제인과 릭키, 안젤라, 캐롤린도 유력한 용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아빠를 증오하는 제인은 릭키에게 아빠를 죽여줄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고, 모델이 꿈인 안젤라는 자신은 특별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남자 경험이 많은 척 떠들고 다녔지만 레스터와 관계를 가지기 직전에 레스터에게 실제로는 남자 경험이 없음을 실토하고 수치심을 느낀다. 바람을 피다 레스터에게 들킨 캐롤린은 실제로 레스터를 죽일 생각을 한다. 그러나 더욱 비극적인 것은 레스터가 총을 맞고 죽기 직전에 자신의 삶을 후회하면서 옛날 가족사진을 보는 장면을 보면, 관객들에게 레스터가 피츠 대령의 총을 맞고 죽지 않았더라도 레스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뷰티'의 영화 포스터에 있는 "...자세히 보라"라는 문구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진짜 삶을 들여다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라는 의미도 있다. 피츠 대령의 총을 맞고 죽은 레스터의 마지막 내레이션에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레스터의 후회가 담겨 있다. "죽음에 직면하면 살아온 인생이 눈앞에 순식간에 펼쳐진다고 한다....난 보이 스카우트 캠프장에서 등을 대고 누워 별똥별들을 바라보던 때가 생각난다. 그리고 거리에 늘어선 단풍나무에서 떨어진 노란 잎들과, 종이 같던 할머니의 손과 살결이 생각난다. 사촌 토니의 신형 파이어버드를 처음 구경하던 때도 생각난다. 그리고 제인. 나의 공주. 그리고 캐롤린. 살다 보면 정말 화나는 일도 많지만, 분노를 품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가끔 그것에 갑자기 눈을 떠,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가슴이 벅찰 때가 있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그것은 마치 빗물처럼 내 몸을 타고 흘러, 하찮은 내 인생의 모든 순간들에 오직 감사하는 마음만이 생기게 된다. 당신들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아메리칸 뷰티'는 레스터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결말로 끝이 나기는 하지만, 레스터의 마지막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무대 감독으로 활동한 샘 멘데스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로 영화감독으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되는데, 자신의 첫 영화 연출작인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수상한다. 레스터 버넘을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캐롤린 버넘을 연기한 아네트 베닝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수상은 하지 못한다. '아메리칸 뷰티'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외에도 작품상, 각본상, 촬영상을 수상하여 모두 5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Posted by 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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