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1930, 40, 50년대를 서부 영화와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황금 시대라고 한다. 뮤지컬 영화는 특히 1950년대 초에 최전성기를 누리는데, 이때 나온 대표적인 뮤지컬 영화들이 '파리의 미국인 (An American in Paris, 1951)'과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이다. 그러나 1950년대 말부터 텔레비전이 가정에 널리 보급되면서 뮤지컬 영화의 인기는 점점 식어 가기 시작한다. 이에 영화 제작사들은 이미 검증이 된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하여 뮤지컬 영화의 인기를 1960년대 말까지로 연장시킨다. 이때 나온 대표적인 뮤지컬 영화들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 1964)',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1965)', '올리버 (Oliver!, 1968)'이다 - 이 네 편의 뮤지컬 영화들은 흥행에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아 아카데미 작품상도 수상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1960년대 뮤지컬 영화를 이끈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영화 전문 감독이 아니었다. 그래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춤 장면이 많이 나오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연출할 때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를 연출한 제롬 로빈스 감독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 로버트 와이즈 감독과 제롬 로빈스 감독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공동 수상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전의 뮤지컬 영화와는 색다른 뮤지컬 영화이다. 이전의 뮤지컬 영화에서는 관객들에게 흥을 주기 위해 유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야기는 - 물론 흥겨운 음악과 춤이 나오긴 하지만 - 슬프다. 이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작이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이기 때문이다. 단, 이야기의 무대가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오늘날의 뉴욕시 맨해튼 상부 서쪽 구역으로 옮겨졌으며, 원수지간인 몬터규가와 캐풀렛가는, 구역을 장악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백인계 젊은이들로 구성된 제트단과 푸에르토리코계 젊은이들로 구성된 샤크단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토니(Richard Beymer)와 마리아(Natalie Wood)로 각각 바뀌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토니와 마리아의 슬픈 사랑 이야기와 함께,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도 짧게나마 이야기하고 있는데, 샤크단이 부르는 'America'를 통해 미국의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이들이 받는 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제트단이 부르는 'Gee, Officer Krupke!'를 통해 문제아들을 양성하는 미국의 가정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이전의 뮤지컬 영화와 또 하나 다른 점은 춤이다. 이전의 뮤지컬 영화에서 보여 주는 춤은, 거의 영화의 이야기 전개와는 상관없는, 관객들에게 흥을 주기 위한, 단지 춤을 위한 춤이었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영화의 이야기 전개나 인물들의 감정 표현을 춤으로 보여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초반부에서 제트단과 샤크단이 거리에서 벌이는 싸움을 춤으로 표현하여 보여 주고 있으며, 영화의 후반부에서 아이스(Tucker Smith)가 부르는 'Cool'에 맞춰 제트단이 추는 춤은 샤크단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주연 배우들보다 조연 배우들이 훨씬 더 뛰어난 연기를 보여 주고 있다. 토니 역의 리차드 베이머는 주연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뿜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나탈리 우드의 외모는 푸에르토리코계인 마리아 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제트단의 리더인 리프(Russ Tamblyn) 역의 러스 탬블린과 샤크단의 리더인 베르나르도(George Chakiris) 역의 조지 차키리스, 베르나르도의 여자 친구 아니타(Rita Moreno) 역의 리타 모레노 등 조연 배우들은 거의 완벽하다. 조지 차키리스와 리타 모레노는 각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모두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하고,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를 했는데, 'America', 'Tonight', 'Somewhere'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특히나 유명한 노래들이다.

토니와 마리아의 노래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리차드 베이머와 나탈리 우드가 아닌, Jimmy Bryant와 마니 닉슨이다. 마니 닉슨은 '왕과 나 (The King and I)'에서는 데보라 커를, 그리고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는 오드리 헵번을 대신해 노래를 불렀으며,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는 소피아 수녀(Marni Nixon) 역으로 영화에 출연도 했다. 아니타의 노래하는 목소리의 주인공 또한 리타 모레노가 아닌, Betty Wand라는 가수이다. Betty Wand는 '지지 (Gigi, 1958)'에서도 레슬리 카론을 대신해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에 로미오와 줄리엣 모두 죽는 원작과는 달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는 토니만 죽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을 포함하여,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등 10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 11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벤허 (Ben-Hur, 1959)', '타이타닉 (Titanic, 1997)',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2003)'에 이은 아카데미상 최다 부문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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